‘호프’ 리뷰: 오해와 무지가 불러온 잔혹한 희극, 나홍진이 해체한 SF의 전형성

호프

안녕하세요. 엘란입니다. 대한민국 장르 영화의 최전선에서 언제나 관객의 심장을 가장 거칠게 쥐고 흔들었던 나홍진 감독이 무려 10년이라는 기나긴 침묵을 깨고 신작 ‘호프’로 돌아왔습니다. 전작 ‘곡성’이 눈에 보이지 않는 의심과 영적인 미혹을 다루며 인간을 정신적 파멸로 몰고 갔다면, 이번 작품은 장르의 외피를 SF와 크리처물로 완전히 갈아끼우며 시각적이고 물리적인 압박감을 극대화합니다. 현재 극장가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 더 보기

‘살목지’ 리뷰: 무한히 증식하는 환각과 대물림되는 수귀의 뫼비우스

살목지

안녕하세요. 엘란입니다. 디지털 문명이 고도로 발달한 현대 사회에서, 역설적이게도 가장 원초적인 토속 신앙과 괴담은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여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곤 합니다. 최근 극장가와 장르 매니아들 사이에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영화 ‘살목지’는 바로 이러한 지점을 영리하게 파고든 작품입니다. 인터넷 지도의 사각지대인 도보 로드뷰라는 지극히 현대적인 스크린 속 프레임과, 고립된 저수지가 품고 있는 원초적인 원념을 결합하여 … 더 보기

‘넘버원’ 리뷰: 잔인한 카운트다운의 끝, 식탁 위에서 완성된 가장 따뜻한 화해

넘버원

안녕하세요. 엘란입니다. 최근 넷플릭스 플랫폼을 통해 공개된 이후 수많은 시청자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적시며 영화 차트 최정상을 차지한 영화 ‘넘버원’을 소개해 드립니다. 이 작품은 극장 개봉 당시에 거두었던 다소 아쉬운 성적을 뒤로하고, OTT라는 새로운 창구를 통해 대중의 폭발적인 입소문과 자발적인 추천을 이끌어내며 올해 가장 경이롭고 묵직한 역주행의 신화를 쓰고 있는 화제작입니다. 영화는 일상에서 가장 친숙하고 따뜻한 … 더 보기

‘내 이름은’ 리뷰: 78년의 시린 시간을 건너 기어이 피어난 찬란한 진혼곡

내 이름은

안녕하세요. 엘란입니다. 거대한 역사의 수레바퀴에 짓눌려 무의식의 심연으로 가라앉은 비극은 결코 시간의 흐름만으로 온전히 풍화되지 않습니다. 그것은 세대를 건너뛰어 파편화된 상흔으로 육체에 깊게 새겨지거나, 일상의 미시적인 공간에서 또 다른 형태의 폭력으로 끊임없이 변주되며 우리의 삶을 유령처럼 배회합니다. 최근 극장가와 매체에서 과거의 뼈아픈 역사를 단순히 교과서적인 기록으로 박제하는 것을 넘어, 현재를 살아가는 개인의 일상 속으로 끌어와 … 더 보기

‘그물’ 리뷰: 맹목적 이념이 빚어낸 한 소시민의 잔혹한 표류기

그물

안녕하세요. 담백한 정보와 깊이 있는 시선으로 작품을 해부하는 엘란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진영 논리와 이데올로기의 대립이 다시금 격화되는 오늘날, 지난 2016년에 개봉한 김기덕 감독의 영화 ‘그물’은 우리에게 매우 시의적절하고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한반도라는 특수한 분단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이 작품은 거대한 화력전이나 첨보원들의 화려한 액션을 다루지 않습니다. 대신 우연한 사고로 이념의 경계선을 넘어버린 지극히 평범하고 … 더 보기

‘널 기다리며’ 리뷰: 괴물을 잡기 위해 기꺼이 심연으로 뛰어든 순수한 광기

널 기다리며

안녕하세요. 엘란입니다. 한국 영화계에서 스릴러, 특히 복수를 주제로 한 서사는 언제나 뜨거운 화두를 던져왔습니다. 흔히 복수극이라고 하면 억울하게 피해를 입은 주인공이 피나는 수련이나 조력자의 도움을 통해 가해자를 물리적으로 응징하는 쾌감을 서사의 주된 동력으로 삼습니다. 하지만 오늘 다뤄볼 영화 ‘널 기다리며’는 이러한 전통적인 장르의 공식을 기묘하게 비틀어버립니다. 범죄의 피해자가 어떻게 15년이라는 억겁의 시간 동안 자신의 내면을 … 더 보기

‘차형사’ 리뷰: 런웨이 위로 던져진 날것의 땀방울, 그 피상적 스펙터클에 대하여

차형사

안녕하세요. 엘란입니다. 오늘 다뤄볼 작품은 2012년에 개봉하여 한국 상업 영화계에 독특한 시각적 충격을 안겨주었던 신태라 감독의 연출작 ‘차형사’입니다. 최근 숏폼 콘텐츠의 유행과 함께 직관적이고 자극적인 시각적 쾌감을 선사하는 이른바 ‘메이크오버(Makeover)’ 소재의 영상들이 대중의 알고리즘을 타고 재조명받고 있습니다. 외형에 대한 잣대가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로워진 현대 사회에서, 인물의 극단적인 신체적 변화를 웃음의 주된 소재이자 서사를 이끌어가는 … 더 보기

‘낙원의 밤’ 리뷰: 찬란한 빛과 서늘한 어둠이 교차하는 핏빛 레퀴엠

낙원의 밤

안녕하세요. 엘란입니다. 최근 한국 누아르 장르는 전통적인 남성 중심의 서사 구조에서 벗어나 시각적, 서사적 변주를 꾀하며 새로운 지평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그 치열한 시도 중심에 서 있는 작품이 바로 박훈정 감독의 ‘낙원의 밤’입니다. 제77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한국 영화로는 유일하게 초청되며 일찌감치 전 세계 평단의 주목을 받았고, 이후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되며 국경을 …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