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귀’ 리뷰: “문을 열었네?” 인간의 탐욕이 빚어낸 60년 저주의 실체

문을 함부로 열어주어선 안 된다. 어릴 적 할머니에게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 섬뜩한 경고가 2023년 여름, 대한민국 안방극장을 강타했습니다. ‘장르물의 대가’ 김은희 작가가 펜을 잡고, 배우 김태리가 신들린 연기로 화답한 SBS 드라마 ‘악귀’는 단순한 귀신 이야기를 넘어, 인간의 끝없는 욕망이 어떻게 괴물을 만들어내는지를 처절하게 그려낸 한 편의 서사시였습니다. 이 작품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진짜 악귀는 머리를 풀어헤친 원혼인가, 아니면 돈과 권력에 눈이 멀어 영혼마저 팔아버린 인간인가.

‘악귀’는 한국 전통 민속학을 기반으로 한 탄탄한 세계관 위에 미스터리 스릴러의 장르적 쾌감을 정교하게 쌓아 올린 작품입니다. 아버지의 유품인 ‘붉은 댕기’를 받은 후 악귀에 씐 20대 공시생 구산영, 그리고 어머니를 죽인 악귀를 평생 쫓아온 민속학자 염해상.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사람이 만나 60여 년에 걸친 저주의 뿌리를 파헤치는 과정은 숨 쉴 틈 없는 긴장감과 함께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를 던집니다.

이 리뷰는 ‘악귀’가 선사한 서늘한 공포의 실체를 분석하고, 복잡하게 얽힌 인물들의 서사와 그 안에 숨겨진 상징을 깊이 있게 탐구하고자 합니다. 또한, 왜 이 드라마가 ‘웰메이드 한국형 오컬트’의 새로운 기준점으로 평가받는지, 그리고 시청자들이 열광했던 포인트는 무엇이었는지 상세히 다룰 것입니다. 아직 ‘악귀’의 문을 열지 않았다면, 혹은 이미 그 서늘함을 경험했지만 더 깊은 이해를 원한다면, 이 글이 좋은 안내서가 될 것입니다.

악귀 포스터

기본 정보

  • 제목: 악귀 (Revenant)
  • 연출: 이정림, 김재홍
  • 극본: 김은희
  • 주연: 김태리, 오정세, 홍경
  • 장르: 오컬트, 미스터리, 스릴러, 시대극
  • 방영일: 2023년 6월 23일 ~ 2023년 7월 29일 (12부작)
  • 방송사: SBS (스트리밍: 웨이브, 디즈니플러스)
  • 시청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스트리밍: 디즈니+

주요 등장인물

구산영 (김태리):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며 배달, 대리운전 등 온갖 아르바이트로 어머니와 자신의 생계를 책임지는 20대 청춘. 팍팍한 현실 속에서도 꿋꿋함을 잃지 않던 그녀의 삶은, 살아있는 줄도 몰랐던 아버지 구강모 교수의 유품인 ‘붉은 댕기’를 만진 순간 송두리째 흔들립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악귀에게 몸을 잠식당하며 기억을 잃고, 주변 사람들이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는 끔찍한 현실과 마주합니다. 산영은 악귀의 존재를 부정하다가 점차 받아들이고, 자신의 삶과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저주의 근원을 파헤치는 처절한 사투를 벌입니다.

염해상 (오정세): 재력가 집안 출신의 민속학 교수. 귀신을 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졌지만, 이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악귀에 의해 눈앞에서 살해당하는 끔찍한 트라우마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평생을 어머니를 죽인 악귀를 찾아 헤맸으며, 마침내 그 악귀가 구산영에게 옮겨갔음을 직감하고 그녀에게 접근합니다. 방대한 민속학 지식과 냉철한 이성으로 사건을 분석하지만, 그 이면에는 인간적인 연민과 깊은 상처를 간직한 인물입니다. 산영에게는 위험한 악귀의 세계를 안내하는 길잡이이자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합니다.

이홍새 (홍경):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경위. 오로지 실적과 특진에만 관심 있던 지극히 현실적이고 세속적인 인물입니다. 하지만 자신이 존경하고 따르던 선배 서문춘 형사가 미스터리한 연쇄 자살 사건을 쫓다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자,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뛰어듭니다. 처음에는 귀신의 존재를 비웃었지만,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현상들을 직접 겪으며 점차 산영과 해상을 믿고 공조하게 됩니다. 이성적 수사와 초자연적 현상 사이에서 고뇌하며 성장하는 입체적인 캐릭터입니다.

서문춘 (김원해): 이홍새의 선배이자 베테랑 형사. 수십 년 전부터 이어진 의문의 연쇄 자살 사건에 집착하며 끈질기게 진실을 추적해왔습니다. 악귀의 존재를 어렴풋이 감지하고 있었으며, 후배 홍새에게 중요한 단서들을 남기고 희생됩니다. 그의 죽음은 홍새가 사건에 깊이 개입하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됩니다.

나병희 (김해숙): 거대 사채 기업 ‘중현캐피탈’의 숨은 실세이자 모든 비극을 만들어낸 악의 근원. 1950년대,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탐욕으로 어린아이를 제물로 바쳐 악귀(태자귀)를 만드는 끔찍한 주술을 행했습니다. 자신의 부와 권력을 위해서라면 자식과 손자마저 희생시키는 냉혹하고 잔인한 인물로, 악귀의 비밀을 모두 쥐고 있으면서도 마지막까지 자신의 죄를 뉘우치지 않습니다.

구강모 (진선규): 구산영의 아버지이자 염해상의 스승이었던 민속학 교수. 명망 높은 학자였지만, 시력을 잃게 되는 희귀병 진단을 받은 후 절망에 빠져 악귀의 힘을 탐하게 됩니다. 악귀를 연구하며 그 힘을 얻고자 나병희를 협박했지만 결국 실패했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갔으며, 결국 자신도 악귀에 의해 목숨을 잃고 딸에게 끔찍한 저주를 대물림하게 됩니다.

예고편

1차 티저
2차 티저
3차 티저

줄거리 (스포일러 주의)

드라마의 서사는 1958년, 가난한 시골 마을 ‘장진리’에서 시작됩니다. 자금난에 시달리던 ‘중현상사’의 사장 부부 염승옥과 나병희는 사업을 일으키기 위해 무당 최만월에게 어린아이를 굶겨 죽여 만드는 ‘태자귀(太子鬼)’ 주술을 의뢰합니다. 무당은 가난한 어부의 둘째 딸 이향이를 제물로 지목하고, 그 증표로 붉은 댕기를 줍니다. 하지만 의식 당일, 철없는 막냇동생 이목단이 언니의 댕기를 몰래 하고 나갔다가 대신 희생양이 되어 끔찍하게 살해당합니다. 동생을 구하려던 향이마저 무당과 마을 사람들에게 잔인하게 살해당하고, 향이는 억울한 원혼이 되어 강력한 악귀로 재탄생합니다.

시간은 흘러 2023년.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며 팍팍한 삶을 살아가던 구산영은 갑작스러운 아버지 구강모의 부고를 접하고, 그의 유품인 붉은 댕기를 건네받습니다. 그 순간, 향이의 원혼은 산영에게 빙의되고, 산영의 삶은 송두리째 뒤바뀝니다. 기억이 끊기는 동안 자신을 괴롭히던 보이스피싱범이 끔찍한 죽음을 맞이하고, 거울 속에서 머리를 풀어헤친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을 보며 산영은 극심한 공포에 휩싸입니다.

한편, 민속학자 염해상은 어린 시절 자신의 어머니를 죽인 악귀의 그림자가 산영에게 드리워진 것을 발견합니다. 그는 산영에게 악귀의 존재를 경고하며, 악귀가 산영의 욕망을 들어주는 대가로 그녀의 소중한 사람들을 차례로 죽일 것이라고 알립니다. 동시에,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의 경위 이홍새는 미스터리한 연쇄 자살 사건의 피해자들에게서 공통적으로 손목의 붉은 멍 자국을 발견하고 사건의 배후를 추적하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해상의 말을 믿지 않던 산영은 점차 악귀의 실체를 깨닫고, 저주에서 벗어나기 위해 해상과 손을 잡습니다. 그들은 악귀의 이름이 ‘이향이’이며, 그녀를 소멸시키기 위해서는 그녀의 원혼이 깃든 다섯 가지 물건(붉은 댕기, 옥비녀, 푸른 옹기 조각, 흑고무줄, 초자병)과 시신의 일부인 손가락을 찾아 불태워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물건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산영과 해상, 그리고 이들의 수사를 돕게 된 홍새는 60여 년에 걸친 비극의 조각들을 하나씩 맞춰나갑니다.

그 과정에서 산영의 아버지 구강모가 과거 악귀의 힘을 탐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납니다. 실명 위기를 부르는 희귀병을 앓던 강모는 악귀를 이용해 병을 고치려 했고, 이로 인해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되었습니다. 결국 강모 자신도 악귀에 의해 죽음을 맞았고, 그 끔찍한 저주는 고스란히 딸인 산영에게 대물림된 것이었습니다.

모든 진실의 중심에는 중현캐피탈의 대표 나병희가 있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탐욕을 위해 한 집안을 풍비박산 내고 악귀를 만들어냈으며, 수십 년간 그 비밀을 숨긴 채 부와 권력을 누려왔습니다. 산영과 해상은 마침내 나병희를 무너뜨리고, 이향이는 자신을 만든 장본인에게 직접 복수를 행하며 소멸하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였습니다. 산영의 몸을 완전히 차지하려던 이향이는 마지막 발악을 하고, 산영은 악귀의 유혹(실명 유전병을 고쳐주겠다는 제안)과 자신의 삶을 지키려는 의지 사이에서 처절하게 갈등합니다. 결국 산영은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의지로 마지막 남은 악귀의 ‘손가락’을 불태우는 데 성공하며, 기나긴 저주의 고리를 스스로 끊어냅니다. 모든 것이 끝난 후, 산영은 시력을 잃게 되지만, 악귀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비로소 자신만의 온전한 삶을 마주하며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감상 포인트

김태리의 ‘인생 연기’, 선과 악을 오가는 경이로운 스펙트럼

드라마 ‘악귀’를 논할 때, 배우 김태리의 연기를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그녀는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증명해 보였습니다. 팍팍한 현실에 찌든 20대 공시생 구산영의 지친 얼굴과, 수십 년의 원한에 서려 섬뜩한 미소를 짓는 악귀 이향이의 얼굴을 오가는 그녀의 연기는 그야말로 압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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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인상적인 것은 단순히 표정이나 목소리 톤의 변화를 넘어, 내면의 인격 자체가 바뀌는 듯한 디테일한 표현입니다. 악귀가 잠식했을 때 미세하게 떨리는 손끝, 공허하면서도 광기 서린 눈빛, 평소의 산영과는 완전히 다른 걸음걸이와 자세 등은 시청자들에게 ‘정말로 다른 존재가 몸 안에 들어왔다’는 섬뜩한 현실감을 부여했습니다. 거울을 사이에 두고 선한 산영과 악한 악귀가 대립하며 서로를 설득하고 위협하는 장면들은, 김태리라는 배우가 홀로 만들어낸 명장면으로 길이 남을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1인 2역을 넘어, 한 인간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처절한 사투를 시각적으로 구현해낸 경이로운 연기였습니다.

‘장르물의 대가’ 김은희, 민속학과 미스터리를 엮어낸 치밀한 세계관

김은희 작가는 ‘싸인’, ‘시그널’, ‘킹덤’ 등 전작들을 통해 한국형 장르물의 역사를 새로 써왔습니다. ‘악귀’는 그 정점에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작가는 ‘태자귀’, ‘객귀’, ‘어둑서니’ 등 우리에게 익숙하거나 혹은 잊혔던 한국 전통 민속 신앙의 요소들을 이야기의 핵심 동력으로 가져왔습니다. “문을 함부로 열어주면 객귀가 들어온다”, “귀신의 이름을 알면 제압할 수 있다”, “귀신은 그림자를 통해 이동한다” 등 한국인이라면 무의식중에 공유하고 있는 괴담들이 단순한 공포 장치를 넘어, 미스터리를 푸는 결정적인 단서로 작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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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민속학적 기반 위에 60여 년에 걸친 과거의 사건을 추적하는 미스터리 구조를 정교하게 엮어냈습니다. 악귀를 없애기 위해 다섯 가지 물건을 찾아야 한다는 설정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주인공들과 함께 퍼즐을 맞춰나가는 듯한 추리의 재미를 선사합니다. 각각의 물건에 얽힌 사연이 밝혀질 때마다 비극적인 과거의 진실이 드러나는 서사 구조는,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듭니다. 이는 단순한 오컬트물을 넘어, 잘 만들어진 시대극이자 추리물을 보는 듯한 지적인 쾌감을 안겨줍니다.

진짜 ‘악귀’는 누구인가? 인간의 탐욕을 향한 날카로운 질문*

‘악귀’가 던지는 가장 묵직한 메시지는 “진정한 악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있습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악귀 이향이는 분명 끔찍한 살인을 저지르는 악한 존재입니다. 하지만 그녀가 왜 악귀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시청자들은 점차 그녀에게 연민을 느끼게 됩니다. 가난 때문에 꿈을 포기해야 했고, 어른들의 탐욕에 의해 동생을 잃고 자신마저 잔인하게 희생당한 소녀의 원한은 충분히 설득력을 갖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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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진짜 악귀처럼 보이는 것은 살아있는 인간들입니다. 돈 때문에 어린아이를 제물로 바치는 것을 묵인한 마을 사람들, 자신의 부를 위해 살인을 주도하고도 평생을 뻔뻔하게 살아온 나병희, 병을 고치겠다는 이기심으로 악귀의 힘을 탐낸 구강모까지. 드라마는 귀신보다 더 무서운 것이 바로 인간의 끝없는 탐욕과 이기심임을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이는 물질만능주의와 결과지상주의가 팽배한 현대 사회를 향한 날카로운 비판이며, 시청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삶과 욕망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깊은 성찰의 계기를 제공합니다.

비교 및 맥락

‘악귀’는 한국 오컬트 드라마의 계보에서 영화 ‘곡성‘이나 드라마 ‘손 the guest’와 비교될 수 있습니다. ‘곡성’이 토속 신앙과 외래 종교를 뒤섞어 혼돈과 의심이라는 공포의 본질을 탐구했다면, ‘악귀’는 순수한 한국 민속학에 집중하여 보다 명확한 서사와 인과관계를 구축했습니다. ‘손 the guest’가 샤머니즘과 엑소시즘을 결합하여 한국형 엑소시즘 드라마의 포문을 열었다면, ‘악귀’는 샤머니즘 자체를 깊이 파고들어 서사를 완성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됩니다.

김은희 작가의 전작 ‘킹덤‘과의 비교도 흥미롭습니다. ‘킹덤’이 ‘역병’이라는 소재를 통해 권력의 탐욕과 계급 문제를 다뤘다면, ‘악귀’는 ‘귀신’이라는 소재를 통해 자본의 탐욕과 그로 인한 비극을 이야기합니다. 두 작품 모두 한국의 전통적인 소재를 현대적인 장르물로 성공적으로 재해석했으며,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작가의 일관된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습니다.

총평

‘악귀’는 2023년 최고의 드라마 중 하나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는 수작입니다. 한국형 오컬트라는 장르가 도달할 수 있는 새로운 경지를 보여주었으며, 장르적 쾌감과 사회적 메시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데 성공했습니다. 김태리의 압도적인 연기, 김은희 작가의 치밀한 극본, 그리고 모든 장면에서 긴장감을 놓치지 않은 세련된 연출의 완벽한 삼박자가 빚어낸 결과물입니다.

물론, 일부 잔인하고 폭력적인 장면이나 복잡하게 얽힌 서사 구조는 특정 시청자들에게 진입장벽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장벽을 넘어서는 순간, 당신은 단순한 공포 드라마가 아닌,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통찰과 묵직한 여운을 남기는 한 편의 대서사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악귀’는 단순한 시청을 넘어 ‘해석’하고 ‘분석’하는 즐거움을 안겨주는, 오랜만에 만나는 귀한 드라마입니다.

별점: ⭐⭐⭐⭐½ (5점 만점 중 4.5점)

추천 시청자

  • ‘곡성’, ‘손 the guest’와 같은 한국형 오컬트 장르의 팬
  • ‘시그널’, ‘킹덤’ 등 김은희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는 시청자
  • 단순한 공포가 아닌, 탄탄한 스토리와 미스터리를 선호하는 분
  • 배우들의 신들린 연기력을 감상하고 싶은 드라마 팬
  • 인간의 욕망과 사회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원하는 분

마무리

드라마 ‘악귀’의 마지막, 시력을 잃은 산영은 점자책을 읽으며 담담하게 말합니다. “보이지 않아도 괜찮아. 중요한 건 나 자신이니까.” 이 대사는 기나긴 저주의 터널을 지나온 그녀가 비로소 얻게 된 삶의 깨달음이자,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입니다. 악귀의 힘을 빌려 세상을 보려 했던 인물들은 모두 파멸했지만, 악귀를 이겨내고 세상을 보지 못하게 된 산영은 역설적으로 진정한 자신의 삶을 찾게 된 것입니다.

이 작품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인가? 우리가 좇는 욕망의 끝에는 무엇이 있는가? 그리고 내 안의 ‘악귀’는 과연 무엇인가? 드라마는 끝났지만, 그 서늘한 질문들은 한동안 우리 곁을 맴돌며 삶을 되돌아보게 만들 것입니다.

‘악귀’는 단순한 여름용 공포 특선 드라마가 아닙니다. 인간의 탐욕이 어떻게 괴물을 만들어내고, 그 비극이 어떻게 대물림되는지를 서늘하게 보여준 한 편의 잔혹 동화이자 사회 고발극입니다. 아직 이 웰메이드 오컬트 스릴러를 경험하지 못했다면, 용기를 내어 그 문을 열어보시길 강력히 추천합니다. 단, 문을 연 뒤에 마주할 서늘한 진실은 온전히 당신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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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드라마 제작사에 있으며, 출처는 트위터 X 입니다.


  1. Q1: 드라마 속 ‘태자귀’는 실제로 존재하는 귀신인가요?

    A1: 네, 태자귀(太子鬼)는 한국 민속 신앙에 실제로 등장하는 개념입니다. 어린아이가 억울하게 죽어서 생기는 원혼으로, 특히 무당들이 자신들의 주술적 힘을 강화하기 위해 길들여 신으로 모시는 경우가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드라마에서는 이러한 태자귀 설화를 바탕으로, 부를 축적하기 위한 사악한 목적으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악귀’라는 설정을 더해 극의 핵심 소재로 활용했습니다.

  2. Q2: 악귀의 이름이 왜 ‘이목단’이 아닌 ‘이향이’였나요? 이 부분이 혼란스러웠습니다.

    A2: 이는 드라마의 핵심 반전 중 하나입니다. 모두가 붉은 댕기를 하고 죽은 ‘이목단’이 악귀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진실은 달랐습니다. 악귀가 된 것은 동생의 억울한 죽음을 목격하고 자신마저 잔인하게 살해당한 언니 ‘이향이’였습니다. 이향이는 동생의 복수와 함께,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외면한 세상에 대한 거대한 증오심을 품고 악귀가 된 것입니다. 악귀의 진짜 이름을 알아내는 것이 봉인의 핵심 조건이었기 때문에, 이 반전은 극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이끌었습니다.

  3. Q3: 결말에서 구산영은 왜 시력을 잃게 되나요? 해피엔딩이 아닌가요?

    A3: 산영이 앓던 희귀병은 아버지로부터 유전된 것으로, 악귀가 없어져도 병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악귀는 이 점을 이용해 “나를 없애면 앞을 볼 수 없게 될 것”이라며 산영을 유혹했지만, 산영은 시력을 잃더라도 온전한 자신의 삶을 되찾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시력을 잃었지만 악귀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삶을 살게 되었으므로, 이는 단순한 비극이 아닌 성장을 통한 ‘열린 해피엔딩’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4. Q4: 염해상의 어머니를 죽인 것도, 구강모를 죽인 것도 모두 ‘이향이’ 악귀 한 명인가요?

    A4: 네, 맞습니다. 악귀 ‘이향이’는 1958년에 만들어진 이후, 자신을 탄생시킨 염씨 집안과 중현캐피탈 관련 인물들에게 대대로 붙어 복수를 이어왔습니다. 염해상의 할아버지(염승옥), 아버지(염재우), 그리고 어머니까지 모두 이향이에 의해 희생되었습니다. 구강모 역시 악귀의 힘을 탐하다가 결국 악귀에 의해 목숨을 잃게 된 것입니다. 이는 악귀의 원한이 수십 년간 얼마나 끈질기고 강력하게 이어져 왔는지를 보여주는 장치입니다.

  5. Q5: 드라마에 등장한 다섯 가지 신체(神體)는 각각 어떤 상징적 의미를 가지나요?

    A5: 악귀를 소멸시키기 위해 필요했던 다섯 가지 물건은 모두 악귀 ‘이향이’의 비극적인 삶과 죽음의 순간을 상징합니다. 붉은 댕기는 동생 목단의 죽음과 비극의 시작, 푸른 옹기 조각은 동생의 시신이 담겼던 끔찍한 기억, 흑고무줄은 절망 속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어머니의 비극, 초자병은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향이의 짓밟힌 꿈, 그리고 옥비녀는 죽음의 순간까지 놓지 않았던 마지막 저항과 원한을 의미합니다. 이 물건들은 그녀가 왜 악귀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보여주는 슬픈 증거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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