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리뷰: 기억의 유통기한이 하루뿐인 사랑, 그 찬란하고 비극적인 2025년의 재구성

사랑이라는 감정이 뇌의 기억 회로에 저장되는 물리적인 현상이라면, 그 회로가 매일 밤 초기화될 때 우리의 사랑은 어디로 가야 할까요? 2022년 일본 전역과 한국을 눈물 바다로 만들었던 동명의 소설과 영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가 2025년, 한국적인 정서와 신선한 배우들의 조합으로 리메이크 되어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원작이 가진 투명한 서정성을 유지하면서도, 한국 영화 특유의 깊은 감정 선과 밀도 높은 서사를 더해 한층 업그레이드 된 감동을 선사합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기억상실증’이라는 고전적인 소재를 다루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내일의 내가 오늘의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면, 지금의 진심은 과연 유효한가?”라는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며, 디지털 시대에 우리가 잊고 살았던 ‘기록’과 ‘진심’의 가치를 다시금 일깨웁니다. 개봉 직후부터 MZ세대뿐만 아니라 중장년층의 심금까지 울린 이 작품은 왜 우리가 다시 한번 이 슬픈 이야기에 주목해야 하는지 증명해 보입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평범한 하이틴 로맨스일 것이라 예상할 수 있지만, 상영관을 나설 때는 손수건이 흠뻑 젖을 정도의 묵직한 여운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특히 신시아 배우의 투명한 연기와 추영우 배우의 다정한 배려가 만들어내는 케미스트리는 관객들로 하여금 ‘기억되지 않아도 사랑하겠다’는 무모한 약속을 응원하게 만듭니다. 이제, 사라지는 기억 속에서도 영원히 남을 그들의 특별한 하루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겠습니다.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포스터

기본 정보

  • 제목: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Even If This Love Disappears from the World Tonight, 2025)
  • 감독: 이윤정
  • 주연: 신시아, 추영우
  • 장르: 로맨스, 드라마, 멜로
  • 개봉일: 2025년 12월 24일
  • 러닝타임: 106분
  • 상영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 스트리밍: 넷플릭스

주요 등장인물

한서윤 (신시아): 선행성 기억상실증을 앓고 있는 여고생입니다. 자고 일어나면 전날의 기억이 깨끗이 사라지는 가혹한 운명을 살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전날 쓴 일기를 읽으며 ‘가짜 기억’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합니다. 그녀에게 내일은 기대의 대상이 아닌, 복습해야 할 숙제와 같습니다.

김재원 (추영우): 반 친구들의 괴롭힘으로부터 친구를 구하기 위해 서윤에게 거짓 고백을 하게 된 소년입니다. 하지만 그녀의 병을 알게 된 후, 서윤의 세계에 ‘즐거운 기억’만을 남겨주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헌신합니다. 그는 서윤이 매일 아침 일기를 읽을 때 행복할 수 있도록 ‘내일의 즐거움’을 설계하는 건축가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최지민 (조유정): 서윤의 가장 친한 친구로, 서윤의 병을 알고 있는 유일한 학교 친구입니다. 두 사람 사이에서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하며, 나중에는 재원의 비밀스러운 부탁을 들어주게 되는 핵심적인 인물입니다.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가장 현실적이고도 가슴 아픈 선택을 내리는 캐릭터입니다.

예고편

예고편 1
예고편 2

줄거리 (스포일러 주의)

영화의 시작은 다소 엉뚱합니다. 주인공 재원은 학교 내 일진들에게 시달리는 친구를 돕기 위해, 학교에서 가장 미스테리한 분위기를 가진 서윤에게 사귀자고 고백하는 ‘벌칙’을 수행하게 됩니다. 당연히 거절당할 줄 알았던 재원의 예상과 달리, 서윤은 의외의 조건을 걸며 고백을 받아들입니다. 그 조건은 세 가지였습니다. “하교 전까지는 서로 말 걸지 말 것”, “연락은 용건만 짧게 할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진심으로 좋아하지 말 것”이었습니다.

어색한 관계 속에서 두 사람은 조금씩 가까워지고, 재원은 서윤의 엉뚱하면서도 맑은 매력에 빠져듭니다. 그러던 어느 날, 데이트 중 깜빡 잠이 들었다 깨어난 서윤은 재원을 전혀 알아보지 못하며 겁에 질린 모습을 보입니다. 이때 재원은 그녀가 자고 일어나면 기억이 리셋되는 ‘선행성 기억상실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서윤은 매일 밤 잠들기 전 하루의 일을 일기에 기록하고, 아침에 일어나 그 일기를 읽으며 잃어버린 하루를 보충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재원은 서윤의 아픔을 알게 된 후, 그녀를 떠나는 대신 그녀의 일기장을 행복으로 가득 채워주기로 결심합니다. “내일의 네가 일기를 읽고 즐거워질 수 있도록 만들자”며 두 사람은 수많은 추억을 쌓아갑니다. 불꽃놀이, 바닷가 산책, 도서관에서의 속삭임 등 평범한 연인들의 일상이 서윤에게는 매번 새로운 ‘첫 경험’이 됩니다. 하지만 서윤이 재원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될수록, 그녀의 규칙 중 하나였던 “진심으로 좋아하지 말 것”은 깨져버리고 맙니다.

영화의 중반부,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릅니다. 서윤의 기억이 돌아오기 시작하는 기적 같은 징후가 보이지만, 정작 그녀를 지키던 재원에게 비극이 찾아옵니다. 재원은 자신의 갑작스러운 심장 질환으로 인해 자신이 곧 세상을 떠날 것임을 직감합니다. 그는 자신이 죽고 나면,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상실감을 느낄 서윤을 걱정합니다. 결국 재원은 서윤의 친구 지민 가족들에게 부탁해 서윤의 일기장에서 자신의 존재를 모두 지워달라는 마지막 부탁을 남깁니다.

재원이 세상을 떠난 후, 서윤은 조작된 일기 덕분에 평온한 일상을 보내지만 마음 한구석의 알 수 없는 공허함을 느낍니다. 그러다 우연히 과거의 자신이 남긴 스케치북을 발견하게 됩니다. 일기장에서 재원의 이름은 지워졌을지라도, 그녀의 손끝이 기억해 낸 수많은 재원의 얼굴들이 그곳에 남아 있었습니다. 비록 머리로는 잊었지만 심장이 기록했던 진실을 마주한 서윤은, 비로소 되찾은 사랑의 기억을 향해 담담한 미소를 지어 보입니다. 잃어버린 조각을 채우는 그녀의 미소는 관객들에게 눈물보다 더 깊은 여운을 남기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감상 포인트

기억과 감정의 임계점: 텍스트를 압도하는 ‘심장의 각인’

이 영화의 가장 철학적인 성취는 ‘데이터로서의 기억’과 ‘신체에 남겨진 잔상’ 사이의 사투를 심도 있게 다뤘다는 점입니다. 여주인공 서윤은 매일 아침 일기라는 텍스트를 통해 어제의 자신을 ‘학습’하지만, 정작 재원과 함께했던 설렘과 슬픔은 활자를 넘어 그녀의 무의식 속에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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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인간의 영혼이 단순히 뇌세포의 시냅스 연결 그 이상이라는 것을 신시아 배우의 세밀한 표정 변화를 통해 증명합니다. 기억은 지워질 수 있어도, 그 사람이 나를 보던 눈빛과 특유의 온도만큼은 세포 하나하나에 새겨진다는 설정은 관객들에게 묵직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합니다. 특히 서윤이 뇌로는 잊어버린 재원의 얼굴을 손 끝의 감각만으로 스케치해 나가는 장면은, 인간의 사랑이 휘발성 정보가 아닌 영구적인 각인임을 보여주는 이 영화의 백미입니다.

아날로그 기록의 숭고함: ‘온기’로 재해석된 한국적 미장센

원작의 ‘청량함’이 한국 리메이크판에서는 ‘온기’라는 키워드로 변주되었습니다. 특히 서윤의 스케치북은 이 영화의 가장 핵심적인 미장센입니다. 재원은 서윤이 다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응원하며 기꺼이 그녀의 피사체가 되어줍니다. 스마트폰 클릭 한 번으로 모든 것이 저장되는 시대에, 서윤이 공들여 그린 재원의 얼굴들은 디지털이 줄 수 없는 묵직한 질감을 선사합니다. 종이 위에 연필이 머무는 소리, 물감이 번지는 묘사를 통해 영화는 진정한 ‘기록’의 의미가 무엇인지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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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제의 미학: 소리 없이 스며드는 ‘무해한 연기’와 여운

이 영화는 관객에게 억지 눈물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재원의 희생은 담담하고, 서윤의 일상은 평온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신시아와 추영우 두 배우는 과장된 액션이나 오열 대신, 낮고 차분한 톤으로 인물의 내면을 채워 넣습니다. 신시아 배우의 신비로운 마스크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 선 서윤의 불안을 투명하게 비추고, 추영우 배우의 단단한 다정함은 그런 그녀를 지탱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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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절제된 연기’는 후반부 진실이 밝혀지는 지점에서 폭발적인 감정의 파동을 만들어냅니다. “진심으로 좋아하지 말 것”이라는 초반의 금기가 가장 비극적인 복선으로 돌아올 때, 관객들은 대놓고 슬픈 장면보다 평온함 속에 숨겨진 ‘부재’의 흔적들을 발견하며 더 깊은 상실감을 느낍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자신을 지워야 했던 남자의 진심과, 잊었음에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여자의 서사는 치밀한 각본과 연출을 통해 긴 여운을 남깁니다.

비교 및 맥락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는 일본 로맨스 영화의 대표작인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나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와 결을 같이 하면서도, 한국판만의 독특한 질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본 원작이 가마쿠라의 청량한 바다와 빛을 강조했다면, 2025년 한국 리메이크작은 조금 더 일상적인 공간(학교 복도, 세탁소, 골목길)에서 발생하는 감정의 농도에 집중합니다.

또한, 이윤정 감독의 전작들에서 보여준 특유의 서정적인 미장센은 이 영화에서 정점에 달합니다. 과거 2000년대 초반의 한국 멜로 영화들이 가졌던 진한 감수성과 2020년대의 세련된 영상미가 결합하여, 세대를 아우르는 보편적인 로맨스 영화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합니다. 특히 OTT 플랫폼의 자극적인 콘텐츠 홍수 속에서, 이런 순수한 정통 멜로의 귀환은 영화계에서도 환영받는 행보입니다.

총평

2025년판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는 원작의 아성을 뛰어넘는 훌륭한 리메이크의 예시입니다. 자칫 진부할 수 있는 신파 설정을 신시아와 추영우라는 신선한 배우들의 진정성 있는 연기로 돌파했습니다. 영화는 우리에게 말합니다. 결과가 비극일지라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를 위해 최선을 다했던 ‘과정’ 그 자체만으로도 인생은 충분히 빛날 가치가 있다는 것을요.

비록 영화를 보고 나서 눈이 퉁퉁 부어있을지 모르지만, 그 슬픔은 기분 나쁜 통증이 아니라 마음을 정화해 주는 따뜻한 위로로 다가옵니다. 어쩌면, 소중한 사람과 함께 보기에 이보다 더 완벽한 영화는 없을지 모릅니다.

별점: ⭐⭐⭐⭐½ (5점 만점 중 4.5점)

추천 관객

  • 사랑하는 사람과 매 순간의 소중함을 다시 느끼고 싶은 커플
  • 원작 소설이나 일본판 영화를 감명 깊게 본 원작 팬
  • 자극적인 스릴러보다 잔잔하고 서정적인 멜로를 선호하는 관객
  • 신시아, 추영우 배우의 라이징 스타 시절 연기를 소장하고 싶은 팬

마무리

기억이 사라진다는 것은 한 사람의 세계가 무너지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그 무너진 세계를 다시 세우는 힘은 결국 ‘사랑’이라는 보이지 않는 끈이었습니다. 서윤이 재원을 잊었어도 그녀의 손이 재원의 얼굴을 기억해 그려내는 장면은, 우리가 왜 누군가를 그토록 간절히 사랑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답과도 같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휴대폰에 저장된 수많은 사진들보다, 오늘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건넨 따뜻한 말 한마디와 눈맞춤이 얼마나 소중한 기록인지 깨닫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오늘은 어떤 기록으로 채워지고 있나요? 내일의 당신이 읽었을 때 미소 지을 수 있는 행복한 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은 이 영화를 보셨나요? 감상이 어떠셨는지 댓글로 남겨주세요! 특히 원작과 비교했을 때 어떤 점이 더 좋았는지 자유롭게 의견 나누어 주세요.

※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영화 제작사에 있으며, 출처는 네이버 영화 입니다.


  1. Q1: 원작 일본 영화와 결말이 다른가요?

    A1: 전체적인 서사의 흐름과 비극적인 결말의 틀은 동일합니다. 하지만 한국판에서는 주인공들의 감정 교류가 이루어지는 장소나 세부적인 에피소드가 한국 정서에 맞게 각색되었으며, 특히 엔딩 크레딧 이후의 여운을 주는 방식에서 한국적인 미학이 가미되었습니다.

  2. Q2: 여주인공 신시아 배우의 연기 변신은 어땠나요?

    A2: 데뷔작인 ‘마녀 Part2’에서 보여준 강력하고 초인적인 모습과는 완전히 상반된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아주 연약하면서도 내면은 단단한 여고생의 모습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연기 스펙트럼이 매우 넓은 배우임을 증명했습니다.

  3. Q3: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인가요?

    A3: 아닙니다. 이 작품은 이치조 미사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허구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선행성 기억상실증’이라는 실제로 존재하는 의학적 상태를 모티브로 하여 리얼리티를 높였습니다.

  4. Q4: 눈물이 많이 나나요? 마음 준비가 필요한가요?

    A4: 네, 중반 이후부터는 손수건이나 티슈가 필수적입니다. 단순히 슬픈 것이 아니라 가슴이 먹먹해지는 여운이 강하기 때문에, 영화 관람 후 일정을 비워두고 여운을 즐기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5. Q5: 친구 최지민 캐릭터는 어떤 역할인가요?

    A5: 원작의 ‘와타야 이즈미’ 역할에 해당합니다. 두 사람의 사랑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고, 재원의 마지막 부탁을 수행하며 진실의 열쇠를 쥐고 있는 극의 감정적 중심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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