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전사 건담 섬광의 하사웨이’ 1부 리뷰: 우주세기의 비극적 종착지, 혁명의 섬광이 남긴 묵직한 여운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적 경계를 넘어 하나의 완벽한 ‘시네마틱 경험’을 선사하는 작품이 있습니다. 1988년 개봉한 ‘역습의 샤아’ 이후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팬들의 가슴 속에만 머물렀던 전설적인 소설이 마침내 스크린 위에 구현되었습니다. 바로 ‘기동전사 건담 섬광의 하사웨이’입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거대 로봇이 싸우는 액션물을 기대한 관객에게는 당혹스러울 정도의 리얼리즘을, 깊이 있는 서사를 원하는 관객에게는 전율에 가까운 카타르시스를 선사합니다.

왜 이 작품이 넷플릭스 공개 당시 전 세계적인 화제를 불러일으켰을까요? 그것은 단순히 건담이라는 이름값 때문이 아닙니다. 극단적인 양극화, 테러리즘의 윤리적 모순, 그리고 시스템의 부패라는 지극히 현대적인 테마를 SF라는 틀 안에서 소름 돋을 정도로 정교하게 풀어냈기 때문입니다. 이 리뷰는 영화를 이미 본 분들에게는 놓쳤던 복선의 의미를, 아직 보지 않은 분들에게는 이 작품이 왜 ‘반드시 봐야 할 마스터피스’인지를 증명하는 가이드가 될 것입니다.

우주세기 0105년, 찬란했던 영웅들의 시대가 저물고 남은 것은 관료주의의 썩은 냄새와 소외된 자들의 비명뿐입니다. 그 비명 사이에서 ‘마프티’라는 이름으로 총을 든 사내, 하사웨이 노아의 고독한 행보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어느새 선과 악의 경계가 무너진 잔혹한 진실과 마주하게 됩니다. 지금부터 이 압도적인 영상미 속에 숨겨진 날카로운 칼날 같은 메시지를 하나씩 해부해 보겠습니다.

기동전사 건담 섬광의 하사웨이 포스터

기본 정보

  • 제목: 기동전사 건담 섬광의 하사웨이 (Mobile Suit Gundam Hathaway)
  • 감독: 무라세 슈코 (Murase Shuko)
  • 주연: 오노 켄쇼(하사웨이), 우에다 레이나(기기), 스와베 준이치(케네스)
  • 장르: SF, 액션, 드라마, 정치 스릴러
  • 개봉일: 2021년 6월 11일 (일본), 2021년 7월 1일 (넷플릭스 글로벌)
  • 러닝타임: 95분
  • 상영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스트리밍: 넷플릭스

주요 등장인물

하사웨이 노아 (Hathaway Noa): 전설적인 함장 브라이트 노아의 아들이자 본 작의 주인공입니다. 표면적으로는 식물학을 공부하기 위해 지구로 내려온 모범적인 청년이지만, 실체는 지구연방의 부패를 타파하려는 반연방 조직 ‘마프티 나뷔 에린’의 수장입니다. 과거 ‘역습의 샤아’ 시절 퀘스 파라야를 잃은 트라우마를 안고 있으며, 샤아 아즈나블의 사상을 이어받았으면서도 아무로 레이의 이상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뇌하는 입체적인 인물입니다.

기기 안달루시아 (Gigi Andalusia): 하운젠 셔틀에서 하사웨이를 만난 정체불명의 미소녀입니다. 압도적인 미모와 함께 타인의 의중을 꿰뚫어 보는 신비로운 직관력을 지녔습니다. 하사웨이의 정체를 단번에 간파하며 그의 심리를 흔들어 놓는 ‘팜므파탈’이자, 동시에 전쟁의 비극을 비추는 관찰자적 성격을 띱니다. 보험왕이라 불리는 정재계 실력자 카디아스의 애인이라는 설정을 통해 작중 정치적 역학 관계의 한 축을 담당합니다.

케네스 슬렉 (Kenneth Sleg): 지구연방군 대령으로, 마프티 토벌을 위해 신설된 부대 ‘킴벌리’의 지휘관으로 부임합니다. 뛰어난 통찰력과 결단력을 지녔으며, 하사웨이와는 셔틀에서의 인연으로 묘한 우정과 유대감을 느끼지만 결국 적대해야 하는 운명에 놓입니다. 연방 내부의 부패를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체제의 유지를 선택하는 현실주의자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레인 에임 (Lane Aim): 연방군의 최신예 기체 ‘페넬로페’의 파일럿입니다.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은 젊은 기사도 정신의 소유자이지만, 실전 경험이 부족하여 하사웨이의 노련한 전술에 고전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마프티와의 대결을 통해 파일럿으로서 성장해가는 대척점의 인물입니다.

예고편

메인 예고편 1
메인 예고편 2

줄거리 (스포일러 주의)

영화는 지구 연방의 고위 관료들을 태운 호화 셔틀 ‘하운젠’이 지구로 하강하는 장면에서 시작됩니다. 평화로워 보이는 기내에 갑자기 ‘마프티’를 자처하는 테러리스트 무리가 난입하여 관료들을 살해하려 합니다. 이때 승객으로 탑승하고 있던 하사웨이 노아는 기민한 움직임으로 테러리스트들을 제압하며 위기를 넘깁니다. 이 사건으로 그는 케네스 슬렉 대령과 인연을 맺게 되고, 케네스 슬렉 대령이 ‘행운의 여신’이라 자칭하는 기기 안달루시아와 기묘한 만남을 가집니다.

하지만 반전은 여기서 시작됩니다. 테러리스트를 제압했던 영웅 하사웨이가 사실 진짜 ‘마프티 나뷔 에린’의 리더였던 것입니다. 그는 다바오에 도착한 후 연방의 감시를 받으면서도 조직원들과 접선하여 다음 작전을 준비합니다. 기기는 하사웨이의 눈빛과 행동만으로 그가 마프티임을 확신하고, 하사웨이는 자신의 정체가 탄로 날 위험 속에서도 기기라는 존재가 주는 매혹과 공포 사이에서 흔들립니다.

어느 날 밤, 마프티 조직의 모빌슈트 부대가 다바오 시내를 습격합니다. 이는 하사웨이를 구출하고 연방의 시설을 파괴하기 위한 작전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묘사되는 야간 전투는 압권입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메카닉의 거대한 불빛, 지상을 불태우는 빔 라이플의 열기, 그리고 도망치는 민간인들의 비명은 전쟁이 얼마나 참혹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하사웨이는 기기를 데리고 불타는 시내를 탈출하며, 자신이 추구하는 대의가 가져오는 파괴의 결과물을 직접 마주하며 깊은 자기혐오에 빠지기도 합니다.

이후 하사웨이는 연방의 추적을 피해 바다 위에서 ‘크시 건담’을 공중 수령하는 도박 같은 작전을 감행합니다. 성층권에서 낙하하는 컨테이너 속에서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크시 건담은 미노프스키 플라이트를 이용한 초음속 비행으로 연방의 ‘페넬로페’와 격돌합니다. 구름 사이를 찢고 나가는 두 거대 기체의 전투는 그동안의 건담 시리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속도감과 웅장함을 선사합니다. 하사웨이는 레인 에임이 몰고 온 페넬로페를 압도적인 실력으로 몰아붙이며 작전에 성공하고 사라집니다. 그러나 케네스 대령은 이미 하사웨이가 마프티임을 직감하고, 그를 잡기 위한 포위망을 좁혀오며 1부의 막이 내립니다.

감상 포인트

오감을 압도하는 리얼리즘 미장센

이 영화의 가장 큰 성취는 ‘메카닉의 실체화’입니다. 기존 애니메이션들이 로봇의 역동적인 움직임에 집중했다면, 본 작은 ‘질감’과 ‘무게감’에 집중합니다. 빔이 발사될 때 주변 공기가 굴절되는 묘사, 거대 기체가 비행할 때 발생하는 괴기스러운 소음, 조종석 내부의 복잡한 패널과 빛의 반사는 관객으로 하여금 이것이 실존하는 병기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특히 다바오 시내의 습격 씬은 인간의 눈높이에서 촬영된 앵글을 사용하여, 거대 로봇이 주는 공포를 극대화했습니다.

선악의 경계가 무너진 정치적 서사

‘섬광의 하사웨이’는 단순한 권선징악의 구조를 거부합니다. 하사웨이가 이끄는 마프티는 분명 민간인을 희생시킬 수 있는 테러 조직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저항하는 지구연방 역시 ‘맨 헌터’를 고용해 일반인을 강제로 우주로 추방하고 부패를 일삼는 거대한 악입니다. 영화는 누구의 손도 들어주지 않습니다. 대신 하사웨이라는 인물이 짊어진 고독과 모순을 집요하게 파고듭니다. “과연 세상을 바꾸기 위해 악이 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긴 여운을 남깁니다.

Mobile Suit Gundam Hathaway1

세 명의 주연이 펼치는 팽팽한 심리전

하사웨이, 기기, 케네스 세 인물의 관계는 마치 잘 짜인 연극 같습니다. 서로의 정체를 의심하면서도 호감을 느끼고, 속내를 숨긴 채 던지는 대사 한마디 한마디에는 날 선 긴장감이 흐릅니다. 특히 기기 안달루시아는 단순한 히로인이 아니라, 주인공의 내면을 해체하고 재조립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며 극의 몰입도를 높입니다. 인물 간의 대화가 액션만큼이나 박진감 넘친다는 점이 이 작품의 진정한 매력입니다.

비교 및 맥락

이 작품은 1988년작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의 정신적 후속작이자, 우주세기 역사의 정점에 위치한 작품입니다. 이전의 건담 시리즈들이 소년들의 성장과 뉴타입이라는 초월적 존재에 집중했다면, ‘섬광의 하사웨이’는 그 꿈이 깨진 뒤의 냉혹한 현실을 다룹니다.

무라세 슈코 감독은 과거 ‘에르고 프록시’, ‘제노사이더’ 등에서 보여준 특유의 어둡고 철학적인 연출을 이 작품에 완벽히 녹여냈습니다. 유사한 장르인 넷플릭스의 ‘러브, 데스 + 로봇’이나 ‘사이버펑크: 엣지러너’와 비교했을 때, ‘섬광의 하사웨이’는 훨씬 더 정적이고 클래식한 누아르의 문법을 따릅니다. 이는 건담이라는 유서 깊은 IP가 어떻게 성인 관객층을 위한 고급스러운 스릴러로 변모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완벽한 사례입니다.

총평

‘기동전사 건담 섬광의 하사웨이’는 건담 시리즈의 팬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매료될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입니다. 시각적인 즐거움은 말할 것도 없고, 현대 사회의 부조리를 투영한 서사는 깊은 성찰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95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이토록 밀도 높은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다만 3부작 중 첫 번째 이야기인 만큼, 결말이 다소 급하게 끊기는 느낌을 줄 수 있다는 점은 유일한 아쉬움입니다. 하지만 그 ‘끊김’조차 다음 편을 향한 타는 듯한 갈증으로 변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는 영화입니다.

별점: ⭐⭐⭐⭐⭐ (5점 만점 중 5점)

추천 관객

  • 눈이 번쩍 뜨이는 고퀄리티 SF 액션을 찾는 분
  • 단순한 액션보다는 인물 간의 심리전과 정치적 서사를 즐기는 분
  • ‘다크 나이트’처럼 묵직하고 어두운 톤의 영웅 서사를 좋아하는 분
  • 우주세기 건담의 오랜 팬이라면 무조건 시청 권장

마무리

하사웨이 노아는 결국 무엇을 위해 섬광처럼 타올랐을까요? 그는 영웅이 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그저 세상이 조금 더 나아지길 바랐던 한 명의 나약한 인간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찬란한 불꽃은 희망의 상징일까요, 아니면 멸망의 전조일까요?

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섭니다. 하사웨이의 선택이 옳았는지 틀렸는지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가 자신의 신념을 위해 ‘섬광’처럼 자신을 태웠다는 사실 그 자체일 것입니다. 2부 ‘키르케의 마녀’와 3부 ‘선 오브 브라이트’에서 펼쳐질 그의 운명이 벌써 기다려집니다.


여러분은 이 영화를 보셨나요? 하사웨이의 선택에 공감하시나요, 아니면 그저 무모한 테러라고 생각하시나요? 여러분의 생각을 댓글로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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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Q1: 건담 시리즈를 하나도 안 봤는데 이해할 수 있을까요?

    A1: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주인공 하사웨이의 전사를 이해하기 위해 전작인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 요약본 정도는 보고 시청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작중 언급되는 아무로와 샤아의 관계를 알아야 하사웨이의 고뇌가 깊게 다가옵니다.

  2. Q2: 2부 개봉일은 언제인가요?

    A2: ‘기동전사 건담 섬광의 하사웨이’ 2부 「키르케의 마녀」는 일본에서 2026년 1월 30일 개봉했습니다. 현재는 개봉 이후 상영 중이며, 국내 개봉 일정은 아직 공식 발표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3. Q3: 원작 소설과 결말이 똑같을까요?

    A3: 원작 소설은 하사웨이의 비극적인 최후로 끝납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제작진이 인터뷰에서 “원작의 흐름을 따르되 현대적인 연출을 더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세부적인 묘사나 연출에서 차이가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4. Q4: 크시 건담의 디자인이 왜 이렇게 큰가요?

    A4: 설정상 지구 중력권 내에서 단독 비행을 하기 위해 ‘미노프스키 플라이트’ 시스템을 탑재했기 때문입니다. 이 장비가 거대하기 때문에 기체 전체의 볼륨이 기존 건담들보다 훨씬 커졌으며, 이것이 기체의 위압감을 더해줍니다.

  5. Q5: 넷플릭스 외에 볼 수 있는 곳이 있나요?

    A5: 현재 한국에서는 넷플릭스가 독점 스트리밍 중이며, 블루레이나 VOD 서비스를 통해서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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