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들’ 리뷰: 몸이 바뀐 형사와 살인마, 그 끝에 도사린 잔혹한 진실과 뒤바뀐 운명 (스포주의)

영화 ‘악마들’은 개봉 전부터 ‘바디체인지’라는 고전적인 소재를 피와 비명이 난무하는 하드보일드 스릴러와 결합했다는 점에서 파격적인 기대를 모았습니다. 보통 몸이 바뀌는 설정은 코미디나 로맨스에서 영혼의 성장을 위해 쓰이기 마련이지만, 이 작품은 그 장치를 지옥 같은 복수극의 도구로 사용합니다. 영화를 보고 나면 “과연 괴물을 잡기 위해 괴물이 되어야 하는가?”라는 고전적인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게 됩니다.

이 영화를 보기 전 많은 이들이 의구심을 가졌습니다. “꽃미남 이미지의 장동윤이 잔혹한 살인마를 연기할 수 있을까?” 혹은 “오대환의 묵직한 형사 연기가 바디체인지라는 설정을 버텨낼 수 있을까?” 하는 점들이었죠.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악마들’은 단순한 연기 변신을 넘어, 관객의 예상을 보란 듯이 빗나가는 전개와 숨 막히는 고어 연출로 시종일관 관객을 압박합니다.

영화를 보고 난 뒤 남는 것은 명쾌한 카타르시스가 아닌, 인위적인 설정이 주는 당혹감과 피로에 가깝습니다. 인간의 집착이 광기로 변모하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강렬하게 몰아붙이지만, 그 기저에 깔린 서사의 논리는 지나치게 성급하고 작위적입니다. 특히 중반부 이후 드러나는 반전은 극의 근간을 뒤흔들려는 시도에도 불구하고, 과연 이것이 치밀한 설계인지 아니면 전개의 편의를 위한 비약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을 남깁니다. 파격적인 신선함을 쫓다 정작 영화의 토대인 개연성을 놓쳐버린 이 문제작이 과연 어떤 구멍을 남겼는지, 그 실체를 가감 없이 들여다보겠습니다.

악마들 포스터

기본 정보

  • 제목: 악마들 (Devils)
  • 감독: 김재훈
  • 주연: 장동윤, 오대환
  • 장르: 범죄, 스릴러, 액션, 바디체인지
  • 개봉일: 2023년 7월 5일
  • 러닝타임: 106분
  • 상영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 스트리밍: 넷플릭스

주요 등장인물

차진혁(장동윤): 연쇄 살인마 집단의 우두머리로, 죄책감 없이 살인을 즐기는 소시오패스적 인물입니다. 형사 재환의 처남을 살해한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영화 초반 추격전 끝에 재환과 함께 절벽 아래로 추락한 뒤, 깨어나 보니 재환과 몸이 바뀌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최재환(오대환): 광역수사대 소속의 베테랑 형사입니다. 살인마 진혁에게 소중한 동료이자 가족인 처남을 잃고 복수심에 사로잡힌 인물입니다. 진혁을 쫓던 중 함께 행방불명되었다가 한 달 만에 살인마의 몸으로 병원에서 깨어납니다.

김민성(장재호): 재환을 믿고 따르는 후배 형사입니다. 재환이 실종된 기간 동안 그를 찾아 헤맸으며, 병원에서 깨어난 재환(실제로는 진혁)을 극진히 보필하지만, 어딘가 달라진 선배의 모습에 미묘한 위화감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예고편

줄거리 (스포일러 주의)

영화는 비 내리는 밤, 잔혹한 연쇄 살인을 저지르는 진혁 일당과 그들을 쫓는 재환의 추격전으로 시작됩니다. 재환은 자신의 가족을 죽인 진혁에게 개인적인 원한이 깊은 상태입니다. 마침내 마주한 두 사람. 재환은 이성을 잃고 진혁을 몰아붙이지만, 결국 두 사람은 숲속 벼랑 아래로 함께 굴러떨어지며 자취를 감춥니다.

한 달 후, 경찰은 실종되었던 두 사람을 발견해 병원으로 옮깁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검거된 살인마 진혁의 몸 안에는 형사 재환의 영혼이 들어있고, 형사 재환의 몸 안에는 살인마 진혁이 들어가 있는 ‘바디체인지’가 일어난 것입니다. 재환(살인마의 몸)은 침대에 묶인 채 자신이 형사임을 절규하며 주장하지만, 주변 동료들은 그가 미쳐버린 살인마의 헛소리를 한다고 치부합니다.

반면, 재환의 몸을 차지한 진혁은 유유히 병실을 빠져나가 재환의 집으로 향합니다. 재환의 아내와 딸 곁에서 남편 노릇을 하며 그들을 위협하는 진혁의 모습은 관객에게 극한의 공포를 선사합니다. 재환은 자신의 몸을 되찾고 가족을 구하기 위해 살인마의 몸으로 탈옥을 감행하고, 두 사람의 쫓고 쫓기는 신세는 한 달 전과 완전히 뒤바뀌어 버립니다.

중반부의 반전: 영화는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중반을 넘어서며 관객이 믿고 있던 ‘바디체인지’ 설정 자체가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사실 이 모든 상황은 초자연적인 현상이 아니었습니다. 복수심에 미쳐버린 형사 재환이 사설 약물과 최면을 이용해 진혁에게 행한 ‘심리적 복수’였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재환은 진혁을 납치해 감금한 뒤, 고문과 최면을 통해 진혁이 스스로를 ‘재환’이라고 믿게 만든 것이었습니다. 즉, 관객이 보고 있던 ‘바디체인지’ 과정은 진혁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착각이었던 셈입니다.

영화의 후반부는 이 지독한 복수극의 끝을 보여줍니다. 최면에서 깨어난 진짜 진혁과, 그를 끝까지 파멸시키려는 재환의 사투는 핏빛 가득한 창고에서 마침표를 찍게 됩니다. 재환은 진혁에게 자신이 겪었던 고통을 똑같이 느끼게 해주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무고한 희생이 뒤따르고 재환 또한 점차 악마와 닮아갑니다. 결국 누가 진짜 악마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한 경계 속에서 영화는 파멸로 치닫습니다.

감상 포인트

‘신선함’이라는 괴물을 쫓다 잃어버린 개연성

이 영화의 가장 파격적인 지점은 바디체인지라는 판타지적 소재를 ‘심리 조작’이라는 현실의 영역으로 끌어내린 시도입니다. 영화 초반에 깔아둔 비현실적인 설정을 후반부의 차가운 현실로 뒤집는 구조는 분명 도전적입니다. 하지만 이 ‘신선함’을 쫓는 대가로 관객은 납득하기 힘든 비약과 마주해야 합니다. 약물과 최면 하나로 인간의 기억과 정체성 전체를 한 달 만에 완전히 개조한다는 설정은 스릴러 장르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논리적 개연성을 희생시킨 결과입니다. 결국 파격적인 시도가 영화의 토대인 설득력을 스스로 무너뜨린 셈입니다.

배우들의 처절한 분투, 서사의 구멍을 메우다

빈약한 개연성에도 불구하고 극을 끝까지 끌고 가는 힘은 장동윤과 오대환, 두 주연 배우의 열연에서 나옵니다. 1인 2역에 가까운 배역을 소화하며 서로의 연기 톤을 맞춘 흔적은 고무적입니다. 특히 장동윤은 기존의 선한 이미지를 지우고 광기 어린 눈빛으로 자칫 허술해 보일 수 있는 ‘살인마의 몸에 갇힌 형사’ 설정을 스릴러의 무드 안으로 억지로라도 끌고 들어옵니다. 배우들의 분투가 없었다면 이 영화의 작위적인 설정은 훨씬 더 일찍 무너졌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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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에만 몰두한 하드보일드 미장센

‘악마들’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적극 활용해 시종일관 관객의 말초신경을 자극합니다. 신체 훼손이나 고문 장면에서의 날 선 효과음, 그리고 어둡고 축축한 톤의 색감은 인물들이 처한 출구 없는 절망을 대변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고어 수위와 감각적인 연출은 서사의 빈틈을 메우기 위한 장치에 가깝습니다. 세련된 미장센이 눈길을 사로잡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의 밀도가 받쳐주지 못해 결국 ‘자극을 위한 자극’이라는 피로감을 남기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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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 및 맥락

‘악마들’은 여러 면에서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나 김지운 감독의 ‘악마를 보았다’와 같은 선상에서 장르적 비교를 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명작들과 대조했을 때 ‘악마들’이 가진 서사적 결핍은 더욱 뼈아프게 다가옵니다. ‘추격자’가 지극히 현실적인 공간과 인물의 집요함을 통해 관객을 숨 막히게 몰아넣었다면, ‘악마들’은 그 긴장감의 기반이 되어야 할 현실성을 포기하고 ‘최면’이라는 편의주의적인 장치 뒤로 숨어버렸습니다. 관객을 설득하려는 치열함 대신 자극적인 반전에만 매몰된 결과입니다.

또한 가해자에게 고통을 되돌려주는 방식을 다룬 ‘악마를 보았다’와 비교해도 아쉬움은 남습니다. 두 영화 모두 복수의 끝에서 괴물이 되어버린 인간을 그리지만, ‘악마를 보았다’가 인물의 감정선을 끝까지 밀어붙여 처절한 공감대를 형성한 것과 달리 ‘악마들’은 정체성 파괴라는 설정을 설명하는 데 급급해 인물의 내면을 깊이 있게 파고들지 못합니다.

결국 ‘페이스 오프’의 외형을 빌려오고 한국 명작 스릴러들의 잔혹함을 입혔음에도 불구하고, ‘악마들’은 그들이 가진 서사적 뼈대를 갖추지 못했습니다. 2020년대 한국 스릴러의 정형화된 틀을 깨겠다는 야심 찬 시도는 칭찬받을 만하나, 정작 장르 영화의 본질인 개연성이라는 토대를 놓치면서 독창적인 성취보다는 ‘설정의 과잉’이라는 한계에 부딪히고 말았습니다.

총평

‘악마들’은 제목 그대로 ‘악마가 된 자’와 ‘악마를 쫓다 악마가 된 자’들의 사투를 그리며 인간 본성의 어두운 이면을 파고듭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괴물을 잡기 위해 괴물이 되어버린 주인공의 운명처럼, 설정의 신선함을 잡으려다 영화가 갖춰야 할 서사적 기본기를 놓쳐버린 우(愚)를 범하고 맙니다. 바디체인지라는 고전적 소재를 최면과 심리 조작이라는 뒤틀린 복수극으로 치환한 발상은 분명 파격적입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해야 할 서사의 개연성이 ‘최면’이라는 만능 치트키에 의존하면서, 관객이 스릴러 장르에 기대하는 논리적 완결성은 힘없이 무너집니다. 장르적 쾌감을 극대화하려는 시도가 도리어 영화의 근간인 설득력을 갉아먹은 셈입니다.

장동윤과 오대환의 처절한 열연, 그리고 하드보일드한 미장센은 장르 영화로서 일시적인 자극을 제공하기엔 충분합니다. 하지만 치밀한 복선과 탄탄한 구조를 선호하는 관객에게는 ‘반전을 위한 반전’이 주는 피로감이 더 크게 다가올 것입니다. 결국 ‘악마들’은 한국 스릴러 영화의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기본기 없는 파격이 얼마나 공허할 수 있는지를 역설적으로 증명한 아쉬운 문제작으로 남았습니다.

별점: ⭐⭐ (5점 만점 중 2.0)

추천 관객

  • 피 튀기는 하드보일드 액션을 선호하는 관객
  •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릴러를 좋아하는 관객
  • 장동윤, 오대환 배우의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보고 싶은 관객
  • ‘악마를 보았다’ 같은 어두운 복수극 취향의 관객

마무리

여러분은 ‘악마들’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단순히 잔인한 영화라고 생각하셨나요, 아니면 재환의 지독한 복수에 연민을 느끼셨나요? 복수는 결국 자신을 갉아먹는 칼날이라는 진부한 교훈마저도 이 영화 속에서는 선혈 낭자한 현실로 다가옵니다.

사실 영화의 제목이 복수형인 ‘악마들’인 이유는 명확합니다. 선과 악의 경계가 무너진 곳에서 살아남은 자는 결국 누구나 악마가 될 수 있다는 경고일지도 모릅니다. 영화의 결말이 주는 찝찝함은 바로 그 지점에서 기인합니다. 우리가 응원했던 주인공이 결국 가해자와 다를 바 없는 괴물이 되었음을 깨달았을 때의 그 불쾌한 감정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마들’은 지루할 틈 없는 전개로 관객을 몰입시키는 힘이 있는 영화입니다. 다만, “신선함을 쫓다 기본기를 놓쳤다”는 비판을 피하기엔 반전의 무게가 너무나 가벼웠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여러분은 이 영화를 보셨나요? 감상이 어떠셨는지 댓글로 남겨주세요!

※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영화 제작사에 있으며, 출처는 네이버 영화 입니다.


  1. Q1: 바디체인지 설정은 실제 상황인가요, 아니면 초자연적 현상인가요?

    A1: 실제 영혼이 바뀌는 판타지가 아닙니다. 형사 재환이 살인마 진혁을 납치해 강력한 약물과 최면을 걸어, 진혁의 뇌에 재환의 기억을 주입한 ‘심리적 조작’입니다. 즉, 진혁이 스스로를 재환이라고 착각하게 만든 인위적인 복수극입니다.

  2. Q2: 왜 ‘바디체인지’라는 무리한 설정을 반전으로 사용했나요?

    A2: 기존 바디체인지 장르의 클리셰를 비틀어 현실적인(?) 스릴러로 안착시키려는 시도였습니다. 하지만 최면 하나로 모든 기억과 상황을 통제한다는 설정이 지나치게 작위적이라, 신선함을 잡으려다 영화의 기본기인 개연성을 놓쳤다는 비판을 받는 핵심 이유가 되기도 했습니다.

  3. Q3: 결말 이후 재환과 진혁은 어떻게 되나요?

    A3: 진혁은 재환이 설계한 지독한 기억의 굴레 속에서 자아가 완전히 붕괴된 채 파멸합니다. 그러나 진혁을 잡기 위해 똑같은 악마의 방식을 선택한 재환 역시,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인간성을 상실한 또 다른 ‘악마’가 되었음을 시사하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4. Q4: 장동윤 배우의 연기 변신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요?

    A4: 이 영화에서 가장 이견이 없는 장점입니다. 기존의 선하고 맑은 이미지를 완전히 지워내고, 광기 서린 살인마와 혼란에 빠진 내면을 훌륭하게 소화했습니다. 서사의 구멍을 배우들의 열연이 간신히 메우고 있다는 평이 많습니다.

  5. Q5: 실화 모티브인가요? 그리고 고어 수위는 어느 정도인가요?

    A5: 100% 창작된 픽션입니다. 다만 수위는 매우 높습니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에 걸맞게 신체 훼손이나 잔혹한 고문 묘사가 직접적으로 등장하므로, 일반적인 범죄 수사물보다 훨씬 강한 시각적 자극에 대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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