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네모네’ 리뷰: 로또 당첨의 꿈과 배신이 만난 통쾌한 블랙코미디

로또 한 장에 인생이 걸린다면, 당신은 어디까지 갈 수 있습니까? 2024년 2월, 한국 독립영화계에 강렬한 신호탄을 쏘아 올린 작품이 있습니다. 바로 정하용 감독의 ‘아네모네’입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로또 당첨이라는 행운을 다루는 것이 아닙니다. 돈 앞에서 무너지는 인간관계, 가족 간의 배신,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씁쓸한 웃음까지 담아낸 독특한 블랙코미디입니다.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며 국제적으로 먼저 인정받은 이 작품은 한국영화가 11년 만에 거둔 쾌거이기도 합니다. SNL 코리아의 간판스타 정이랑의 첫 단독 주연작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받았지만, 무엇보다 74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동안 관객을 단 한 순간도 쉬게 하지 않는 예측불가의 전개가 이 영화의 진정한 매력입니다.

‘아네모네’라는 제목이 지닌 꽃말은 ‘배신’입니다. 아름답지만 금방 시들어버리는 이 꽃처럼, 영화 속 로또 당첨이라는 행운도 순식간에 악몽으로 변해갑니다.

아네모네 포스터

기본 정보

  • 제목: 아네모네 (Anemone: A Fairy Tale for No Kids)
  • 감독: 정하용
  • 주연: 정이랑, 박성진, 이유준, 육미라, 김건하, 테리스 브라운
  • 장르: 블랙코미디, 액션, 드라마
  • 개봉일: 2024년 2월 7일
  • 러닝타임: 74분
  • 상영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스트리밍: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주요 등장인물

용자 (정이랑): 전직 격투기 선수 출신으로 현재는 오토바이 배달, 대리운전, 식당 주방 업무 등 쓰리 잡을 뛰며 가족을 먹여 살리는 생활력 강한 가장입니다.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현실에 지쳐있던 그녀는 꿈에서 6개의 로또 번호를 점지받고 백수 남편에게 로또 구매를 부탁합니다. SNL 코리아에서 능청스러운 연기로 사랑받았던 정이랑은 이 작품에서 코믹과 격투 액션을 넘나드는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보여줍니다.

성진 (박성진): 용자의 백수 남편으로 집에서 빈둥거리며 아내가 번 돈으로 생활하는 찌질한 캐릭터입니다. 로또 당첨 여부를 둘러싸고 온갖 거짓말과 도망으로 일관하며 극의 갈등을 증폭시킵니다. 박성진 배우는 이 역할을 위해 최대의 몸무게 증량과 정수리 삭발까지 감행했습니다.

존슨 (테리스 브라운): 성진의 친구 집에 숨어 있던 외국인 캐릭터로, 냉장고 속 고등어를 먹어버리며 로또 추격전에 연루됩니다.

용자 오빠 (이유준), 익태 (김건하): 로또를 둘러싼 추격전에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개입하며 반전을 선사하는 인물들입니다.

예고편

줄거리 (스포일러 주의)

할머니가 손녀에게 ‘애들이 보면 안 되는’ 동화책 ‘배신의 꽃: 아네모네’를 읽어주는 것으로 영화가 시작됩니다. 손녀가 조르자 할머니는 어쩔 수 없이 이야기를 읽기 시작합니다.

격투기 선수 출신의 용자는 오토바이 배달, 대리운전, 식당 주방 등 가리는 것 없이 쓰리 잡을 뛰며 가족을 먹여 살립니다. 어느 날 꿈에서 누군가 로또 번호를 알려주는데, 8이 많이 들어가 기억하기 쉬운 번호였습니다. 현금이 없던 용자는 집에서 빈둥거리는 백수 남편 성진에게 로또 번호를 적어주며 최대한 많이 이 번호로 로또를 사라고 신신당부합니다.

몸이 안 좋아도 식당 일을 하던 용자는 일찍 퇴근하거나 하루 쉬자는 요청을 반장에게 거절당합니다. 그때 로또 방송을 보고는 앞치마를 벗어던지고 집으로 달려갑니다. 자신을 무시했던 공장 사람들에게 응징하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집에 오자마자 로또부터 찾는 용자. 그런데 성진은 로또를 사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분노한 용자는 남편의 머리를 밀어버리고, 딸을 어머니에게 맡긴 후 본격적인 심문에 들어갑니다. 남편을 홀딱 벗겨놓고 기저귀를 채운 채 심문을 하지만, 성진은 도주해버립니다. 한낮의 추격전이 시작됩니다.

용자는 범죄자인 오빠와 기술자를 동원해 성진의 휴대폰 위치추적을 합니다. 그렇게 찾아간 곳에서 용자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됩니다. 성진에게는 남자 내연남이 있었고, 로또는 그 내연남의 냉장고 속 고등어 뱃속에 비닐로 싸서 숨겨두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고등어는 이미 요리되어 싱크대에 뼈만 남아 있었습니다.

또 다른 반전이 밝혀집니다. 성진의 내연남은 미국인과 바람을 피우고 있었고, 고등어를 먹은 것은 옷장에 숨어 있던 그 미국인 존슨이었습니다. 용자는 오빠와 함께 집을 뒤지며 두 남자를 마구 패댑니다.

그러다 오빠가 사라진 것을 알고 그가 로또를 발견해 도망갔다고 생각해 추격하지만, 알고 보니 그냥 화장실을 쓰러 간 것이었습니다. 한편 성진의 내연남과 미국인 존슨은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도망친 후 함께 미국으로 가자며 양말 속에 숨겨둔 로또 용지를 꺼냅니다.

하지만 절망적인 상황이 펼쳐집니다. 로또 용지를 발바닥에 넣은 채 발에 땀나도록 뛰어서 번호가 다 지워져버린 것입니다. 결국 로또 당첨금은 날아가 버립니다.

세월이 흘러 백발의 노인이 된 용자와 성진. 그러나 용자의 원망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로또 당첨금이 생각날 때면 늙은 남편을 엎드려뻗치게 하고 몽둥이질을 하며 “그때 제대로만 했어도…”라고 한탄합니다.

마지막 반전, 이 동화책을 읽어주는 할머니가 바로 그 용자였습니다. 돈이라는 욕망이 인간의 일평생을 어떻게 파괴하고 지배하는지를 보여주는 씁쓸한 엔딩입니다.

감상 포인트

배신과 욕망의 현실적 묘사

‘아네모네’의 가장 큰 감상 포인트는 돈 앞에서 무너지는 인간관계를 너무나도 현실적으로 그려낸다는 점입니다. 1등 로또 당첨이라는 상황을 통해 가족 간의 신뢰가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냉소적으로 보여줍니다. 성진이 로또를 고등어 배에 숨기는 황당한 설정은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아내를 믿지 못하는 그의 욕망을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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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제목인 ‘아네모네’의 꽃말 ‘배신’은 단순한 상징이 아닙니다.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이며, 가족도 사랑도 돈 앞에서는 무력하다는 씁쓸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정이랑의 파격적 연기 변신과 빠른 전개

정이랑은 SNL 코리아의 코믹 연기를 넘어 생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가장의 모습부터 로또 당첨에 흥분하는 장면, 남편을 추궁하며 분노하는 장면, 그리고 액션까지 완벽하게 소화합니다. 격투기 선수 출신 캐릭터답게 직접 액션 연기를 펼치는 모습은 신선한 충격입니다. 박성진과의 환상적인 호흡도 영화의 큰 자산입니다.

74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은 이 영화의 최대 강점입니다. 군더더기 없이 핵심만 담아내어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로또를 둘러싼 추격전은 예측불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가며, 고등어 속 로또, 양말의 행방, 그리고 손상된 로또까지 매 순간 새로운 반전이 등장합니다.

로또 손상이 주는 잔인한 아이러니

영화의 가장 강력한 순간은 존슨과 친구가 한강에서 환호하는 장면입니다. 로또를 찾았다는 안도감과 기쁨이 절정에 달하는 순간이죠. 하지만 당첨금을 받으러 갔을 때 로또가 손상되어 번호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이는 단순히 로또를 찾지 못한 것보다 훨씬 더 잔인한 결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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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았지만 소용없을 수도 있다는 이 아이러니는 욕망의 허무함을 극적으로 보여줍니다. 그토록 치열하게 추격전을 벌였지만, 결국 손에 쥔 것은 손상된 종이 조각 하나뿐입니다. 이 장면은 우리가 인생에서 추구하는 것들이 과연 진짜 가치가 있는지, 그것을 위해 소중한 것들을 배신하는 것이 정당한지 질문을 던집니다.

블랙코미디의 정수와 현대 사회 풍자

‘아네모네’는 비극적 상황을 코믹하게 풀어내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번개탄을 피우며 대결하는 장면도, 고등어 뱃속 로또도 웃음과 씁쓸함을 동시에 선사합니다. 특히 노부부가 된 용자와 성진의 모습은 블랙코미디의 극치입니다. 평생을 로또에 대한 원망으로 살아온 부부의 모습은 웃기면서도 슬프며, 욕망의 무의미함을 깊이 있게 성찰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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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로또라는 소재를 통해 현대 사회를 날카롭게 비판합니다. 쓰리 잡을 뛰어도 여유롭지 못한 서민의 삶, 백수가 된 남편의 무력함,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해결할 것 같은 로또에 대한 집착은 현대 한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줍니다. 용자가 매일 로또 당첨을 꿈꾸는 것은 단순한 욕심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절박함입니다.

비교 및 맥락

‘아네모네’는 돈을 둘러싼 욕망을 다룬다는 점에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과 비교됩니다. ‘지푸라기’가 스타 배우들로 누아르에 가깝게 접근했다면, ‘아네모네’는 코미디언 출신 배우를 주연으로 하여 보다 코믹하고 경쾌하게 같은 주제를 다룹니다.

정하용 감독의 전작 ‘귀신’과 비교하면 그의 장르 영화 실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귀신’에서 공포와 코미디를 섞었다면, ‘아네모네’에서는 블랙코미디 장르의 문법을 자유자재로 구사합니다.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 그랑프리 수상은 한국영화로는 11년 만의 쾌거였으며, 한국 독립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총평

‘아네모네’는 로또 당첨이라는 상황을 통해 인간 욕망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영화는 웃음을 주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74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은 군더더기 없이 핵심만 담아내어 관객을 지루하게 만들지 않습니다.

정이랑의 연기 변신은 이 영화를 볼 충분한 이유입니다. SNL 코리아에서의 코믹 연기를 넘어 액션과 감정 연기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는 그녀의 모습은 신선한 충격입니다. 박성진과의 호흡도 환상적입니다.

다만 블랙코미디라는 장르 특성상 호불호가 갈릴 수 있습니다. 어두운 주제를 코믹하게 풀어내는 방식이 일부 관객에게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영화의 장점은 명확합니다. 예측불가능한 스토리, 쉴 새 없이 터지는 웃음, 그리고 끝나고 나면 오래 남는 여운까지, ‘아네모네’는 한국 독립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수작입니다.

별점: ⭐⭐⭐⭐ (5점 만점 중 4점)

추천 관객

  • 블랙코미디 장르를 좋아하는 관객
  • 예측불가능한 반전과 빠른 전개를 선호하는 관객
  • 정이랑의 팬이거나 그녀의 새로운 연기를 보고 싶은 관객
  • 독립영화와 장르 영화에 관심이 있는 관객
  • 사회 풍자적 메시지를 담은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
  • 짧은 러닝타임의 영화를 선호하는 바쁜 현대인

마무리

‘아네모네’는 꽃말처럼 배신이라는 씁쓸한 주제를 다루지만, 그 과정은 통쾌하고 재미있습니다. 로또 한 장에 흔들리는 인간관계를 보며 우리는 웃지만, 동시에 우리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됩니다. 만약 내게 그런 행운이 찾아온다면 나는 과연 어떻게 행동할까요?

특히 로또를 찾았지만 손상되어 있었다는 반전은 영화의 핵심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달합니다. 우리가 인생에서 추구하는 것들이 과연 진짜 가치가 있는지, 그것을 위해 소중한 것들을 배신하는 것이 정당한지 질문을 던집니다. 노년에 이르러서도 로또에 대한 원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부부의 모습은 한순간의 욕망이 평생을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정하용 감독은 이 작품으로 한국 독립영화계에서 주목받는 감독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장르 영화에 대한 이해와 독특한 연출 스타일, 그리고 배우들을 효과적으로 이끌어내는 능력까지, 그의 재능은 이제 막 꽃피우기 시작했습니다.

‘아네모네’는 큰 예산 없이도 재미있고 의미 있는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화려한 CG나 유명 배우가 없어도, 탄탄한 시나리오와 연출력, 그리고 배우들의 열정만 있다면 충분히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독립영화의 힘입니다.


여러분은 이 영화를 보셨나요? 감상이 어떠셨는지 댓글로 남겨주세요!

※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영화 제작사에 있으며, 출처는 네이버 영화입니다.


  1. Q1: ‘아네모네’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인가요?

    A1: 아니요, ‘아네모네’는 실화가 아닌 창작 이야기입니다. 다만 로또 당첨이라는 누구나 꿈꾸는 상황과 그로 인해 벌어지는 인간관계의 갈등을 현실감 있게 그려내어 실제로 일어날 법한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정하용 감독이 현대 사회의 욕망과 배신을 주제로 만든 블랙코미디 장르 영화입니다.

  2. Q2: 영화 러닝타임이 74분으로 짧은데, 내용이 부실하지 않나요?

    A2: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74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은 이 영화의 장점입니다. 군더더기 없이 핵심만 담아내어 지루할 틈이 없으며, 빠른 전개와 끊임없는 반전으로 관객을 사로잡습니다. 일반적인 영화들이 두 시간 가까이 러닝타임을 채우기 위해 불필요한 장면을 넣는 것과 달리, ‘아네모네’는 이야기에 필요한 것만 담아 오히려 완성도가 높습니다.

  3. Q3: 정이랑이 SNL 코리아 출신인데 영화 연기도 잘하나요?

    A3: 정이랑은 ‘아네모네’에서 기대 이상의 연기력을 보여줍니다. SNL에서 보여준 코믹 연기는 물론이고, 감정 연기와 액션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며 연기 스펙트럼을 증명했습니다. 격투기 선수 출신 캐릭터답게 직접 액션 장면을 소화했으며, 분노와 절망, 집착 등 다양한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합니다. 이 작품으로 정이랑은 단순한 코미디언이 아닌 진지한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4. Q4: 로또가 손상되었다는 결말이 너무 허무하지 않나요?

    A4: 이 결말이야말로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입니다. 로또를 찾지 못한 것보다 찾았지만 소용없다는 것이 훨씬 더 잔인하고 아이러니합니다. 이는 우리가 인생에서 추구하는 욕망의 허무함을 극적으로 보여주며, 그 과정에서 소중한 것들을 배신한 행위가 얼마나 무의미한지 깨닫게 합니다. 단순한 해피엔딩이나 비극이 아닌, 블랙코미디다운 씁쓸하고 여운 깊은 결말입니다.

  5. Q5: ‘아네모네’를 OTT나 VOD에서 볼 수 있나요?

    A5: 2024년 2월 극장 개봉 이후 OTT 플랫폼 출시 일정은 배급사와 플랫폼 간의 협의에 따라 결정됩니다. 일반적으로 독립영화는 극장 개봉 후 몇 개월 뒤 OTT 플랫폼에 공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웨이브, 왓챠, 티빙, 넷플릭스 등 주요 OTT 플랫폼의 업데이트 소식을 확인하시거나, 네이버 영화나 CGV, 메가박스 등 VOD 서비스에서 검색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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