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 리포트’ 리뷰: 가장 완벽한 조력자가 가장 추악한 가해자였다는 소름 끼치는 반전

우리는 흔히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말을 합니다. 하지만 그 도끼가 내 발등이 아니라 내 자식의 인생을 찍어버린 것이라면, 그리고 그 도끼를 든 손이 내가 매일 밤 사랑한다고 속삭였던 연인의 손이라면 어떨까요? 영화 ‘살인자 리포트’는 이 끔찍하고도 도저히 믿기 힘든 가정에서 출발합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연쇄살인마의 고백록이 아니라, 타인에 의해 조작된 기억과 그 기억의 틈새를 파고드는 서늘한 진실의 기록입니다.

영화는 특종에 굶주린 베테랑 기자 백선주와, 스스로를 ‘심판자’라 자처하는 정신과 의사 이영훈의 팽팽한 인터뷰를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관객은 깨닫게 됩니다. 이 인터뷰의 진짜 목적은 살인 고백이 아니라, 선주가 애써 외면하고 혹은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덮여버린 ‘그날의 진실’을 대면시키는 잔인한 치료 과정이라는 것을요. 2025년 가장 논쟁적인 작품으로 떠오른 이 영화는 정성일과 조여정이라는 두 배우의 연기력만으로도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압도적인 힘을 보여줍니다.

특히 성폭행 가해자가 피해자의 어머니 곁에서 조력자이자 연인으로 살아가며 그녀의 삶을 가스라이팅해왔다는 설정은 한국 영화 사상 유례없는 소름 끼치는 반전을 선사합니다. 이제 우리는 선주의 일그러진 기억을 복원하고, 의사 이영훈이 왜 이토록 위험한 리포트를 작성해야만 했는지 그 깊은 내막을 파헤쳐 보려 합니다.

살인자 리포트 포스터

기본 정보

  • 제목: ‘살인자 리포트’ (The Killer’s Report)
  • 감독: 조영준
  • 주연: 조여정 (백선주 역), 정성일 (이영훈 역)
  • 장르: 심리 스릴러, 범죄, 미스터리
  • 개봉일: 2025년 9월 5일
  • 러닝타임: 121분
  • 상영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 스트리밍: 넷플릭스

주요 등장인물

이영훈 (정성일): 자신을 2년간 11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이라고 밝히는 정신과 의사입니다. 깔끔한 외모와 젠틀한 말투 뒤에 서늘한 광기를 숨긴 인물로, 자신의 살인 행위를 환자들의 고통을 근본적으로 치료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선주에게 3일 후 자정에 또 다른 살인을 저지를 것이라 예고하며, 인터뷰가 정상적으로 마무리되면 피해자를 살릴 기회를 주겠다고 제안합니다.

백선주 (조여정): 한때 탐사보도로 이름을 날렸으나 최근 대기업 비리 고발 취재에 실패하면서 회사 내 입지가 위태로워진 베테랑 사회부 기자입니다. 특종에 대한 집념과 사람을 살려야 한다는 사명감 사이에서 갈등하며, 자신을 연쇄살인범이라고 주장하는 이영훈의 위험한 인터뷰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직업적 본능과 윤리적 책임감이 충돌하는 인물로, 영훈과의 대화 속에서 점차 예상치 못한 진실과 마주하게 됩니다.

한상우 (김태한): 선주의 연인이자 오랜 파트너인 강력계 형사입니다. 선주가 영훈과의 위험한 인터뷰에 나서자, 호텔 아래층 객실에 잠복하며 몰래카메라와 무전기를 통해 상황을 감시합니다. 연인으로서 선주를 걱정하는 마음과 경찰로서의 직업적 의무감 사이에서 고민하는 인물입니다.

예고편

줄거리 (스포일러 주의)

백선주는 한때 탐사보도로 명성을 날렸던 베테랑 기자입니다. 하지만 최근 대기업 비리 고발 탐사취재에 실패하면서 회사 내에서 입지가 크게 위태로워진 상황입니다. 그런 그녀에게 어느 날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옵니다. 전화를 건 사람은 자신을 이영훈이라고 소개하며, 자신이 최근 2년간 11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이라고 주장합니다. 영훈은 선주에게 단독 인터뷰를 제안하며, 정확히 3일 후 자정에 또 다른 살인을 저지를 예정이지만, 인터뷰가 정상적으로 마무리되고 비밀이 엄수된다면 선주에게 그 피해자를 살릴 기회를 주겠다고 말합니다.

특종과 사람의 목숨이라는 강력한 동기 앞에서 선주는 고민 끝에 인터뷰에 응하기로 결정합니다. 하지만 선주는 혼자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연인이자 강력계 형사인 한상우와 함께 치밀한 계획을 세웁니다. 약속 장소인 고급 호텔 스위트룸 아래층 객실에 상우를 잠복시키고, 방 곳곳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하며, 귀 속에 초소형 무전기를 장착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춥니다. 영훈이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고 했지만, 살인범과 1대1로 만나는 상황에 무대책으로 임할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당일, 깔끔한 정장 차림에 세련된 외모를 한 영훈이 나타납니다. 영훈은 선주의 요청에 따라 자신이 살인범임을 증명하기 위해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잔혹한 살인 영상들을 보여줍니다. 그는 자신이 정신과 의사이며, 상담을 받으러 온 환자들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 살인을 저질렀다고 설명합니다. 가해자를 제거하는 것이 진정한 치료라고 주장하는 그의 말에 선주는 불안감을 느끼고 도망가려 하지만, 영훈은 원격 수면가스로 아래층의 상우를 잠재웠음을 알리고 선주를 기절시킵니다.

정신을 차린 선주 앞에서 영훈은 진짜 목적을 드러냅니다. 사실 이 인터뷰는 살인자인 자신이 기자를 인터뷰하는 것이 아니라, 살인자인 자신이 기자인 그녀를 상담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습니다. 영훈은 선주의 연인 한상우가 과거 선주의 딸을 성폭행한 범죄자였음을 폭로합니다. 상우는 청탁을 받은 강력계 형사로 선주가 취재한 대기업 비리 증거 자료를 선주가 없는 집에서 훔치려다 선주의 딸에게 틀켰고, 이를 은폐하고자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그리고 취재 증거 자료를 완벽히 인멸했습니다. 영훈은 선주의 딸을 상담하며 최면 치료 과정에서 진실을 알아냈지만, 법적으로 처벌할 방법이 없자 선주에게 직접 복수할 기회를 주기로 한 것입니다. 영훈은 선주를 최면 상태로 만들어 무의식 속에 잠들어 있던 분노를 깨우고, 아래층에서 잠들어 있는 상우를 제거할 수 있는 방법과 시간을 제공합니다.

마지막에 영화는 병원에 새로운 환자가 찾아오고, 영훈의 묘한 미소와 함께 암전됩니다.

감상 포인트

기억의 유린과 최면의 공포: “당신이 믿는 과거는 진짜인가?”

이 영화의 가장 심도 깊은 감상 포인트는 ‘기억의 주관성’에 대한 탐구입니다. 한상우는 선주에게 연인이자 조력자라는 가짜 기억과 감정을 주입했습니다. 영훈은 이를 최면이라는 기법을 통해 ‘해킹’하여 진실을 복구하려 합니다. 관객은 이 과정에서 소름 끼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나의 가장 큰 상처를 준 장본인일 수 있다는 설정은, 그 어떤 귀신보다 무서운 심리적 공포를 선사합니다. 최면 시퀀스에서 연출되는 왜곡된 화면과 사운드는 관객마저 무의식의 세계로 끌고 들어가는 듯한 고도의 몰입감을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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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라이팅의 종막: “가장 안전한 곳이 가장 위험한 곳이었다”

한상우라는 인물은 현대 사회의 ‘가스라이팅’을 극단적으로 형상화한 캐릭터입니다. 그는 피해자 곁에서 가장 다정한 얼굴로 위로하며, 정작 그녀가 진실에 다가가지 못하도록 심리적 바리케이드를 쳤습니다. 영화는 선주가 영훈의 폭로를 통해 상우의 실체를 깨닫는 과정을 매우 처절하게 묘사합니다. 이는 관객에게 우리가 신뢰하는 관계가 과연 평등하고 투명한 것인지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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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 제재의 윤리학: “살인은 치료의 완성이 될 수 있는가?”

정신과 의사 이영훈은 살인을 ‘수술’이나 ‘치료’로 지칭합니다. 법이 해결하지 못하는 가해자를 제거함으로써 피해자의 영혼을 구원한다는 그의 논리는 매우 위험하면서도 매혹적입니다. 특히 한상우처럼 완벽하게 증거를 인멸한 범죄자를 마주했을 때, 영훈의 방식은 관객들에게 묘한 카타르시스와 도덕적 딜레마를 동시에 안깁니다. “악마를 처단하기 위해 또 다른 악마의 손을 잡을 것인가?”라는 질문은 영화 내내 흐르는 팽팽한 긴장감의 원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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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일과 조여정의 압도적 2인극

영화는 대부분 호텔 방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두 사람의 대화로만 진행됩니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이 구성을 살리는 것은 두 배우의 미친 연기력입니다. 정성일은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지옥을 묘사하고, 조여정은 무너져 내리는 인간의 내면을 표정 하나로 온전히 전달합니다. 특히 선주가 최면을 통해 억눌린 분노를 터뜨리는 장면은 압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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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 및 맥락

‘살인자 리포트’는 양들의 침묵의 지적인 심리전과 올드보이의 파괴적인 복수극을 섞어놓은 듯한 작품입니다. 기존 한국의 사적 복수극들이 주로 액션과 통쾌함에 집중했다면, 이 영화는 그 복수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의 ‘심리적 붕괴’에 훨씬 더 공을 들입니다. 조영준 감독은 법의 사각지대와 인간 내면의 무의식을 절묘하게 결합하여 한국 스릴러 장르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습니다.

총평

‘살인자 리포트’는 세련된 연출과 영리한 각본이 만난 올해 최고의 심리극입니다. 인간의 기억이 얼마나 취약한지, 그리고 진실을 마주하는 것이 때로는 죽음보다 더 큰 고통일 수 있음을 이 영화는 잔인할 정도로 정교하게 증명합니다. 단순히 반전을 즐기는 것을 넘어, 인간 본성의 어두운 심연을 들여다보고 싶은 관객들에게 이 영화는 최고의 선택이 될 것입니다.

별점: ⭐⭐⭐⭐½ (5점 만점 중 4.5점)

추천 관객

  •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정교한 시나리오를 좋아하는 분
  • 정성일, 조여정 배우의 압도적인 연기 대결을 보고 싶은 분
  • 심리학, 최면, 가스라이팅 등 인간의 심리 기제에 관심 있는 분
  • ‘정의’와 ‘복수’의 경계에서 철학적인 고민을 즐기는 관객

마무리

영화 ‘살인자 리포트’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 곁에 있는 그 사람은 정말 당신이 알고 있는 그 사람이 맞습니까? 당신의 기억은 타인에 의해 편집된 조각들이 아닐까요? 영화 속 영훈이 건네는 리포트는 단순히 살인의 기록이 아니라, 우리가 애써 외면하고 싶었던 진실의 민낯을 담고 있습니다.

스위트룸의 무거운 문이 닫히고 나면, 관객은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진정한 공포는 외부의 괴물이 아니라, 내가 가장 믿었던 세상이 무너지는 찰나의 순간에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이 영화는 그 찰나의 순간을 120분 동안 숨 막히게 연장해 보여줍니다.

진실이 주는 고통을 감내할 준비가 된 분들이라면, 지금 바로 이영훈 의사의 위험한 초대장에 응해보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은 이 영화를 보셨나요? 감상이 어떠셨는지 댓글로 남겨주세요!

※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영화 제작사에 있으며, 출처는 네이버 영화 입니다.


  1. Q1: 한상우 형사가 증거를 어떻게 인멸했나요?

    A1: 그는 강력계 형사라는 직위를 이용해 현장 보존을 방해하고, CCTV 기록을 삭제하거나 위조했습니다. 또한 선주의 연인으로서 그녀의 심리 상태를 교묘히 조종하여, 그녀가 스스로의 기억을 의심하게 만들었습니다.

  2. Q2: 이영훈은 왜 선주에게 직접 복수할 기회를 주었나요?

    A2: 영훈은 의사로서 환자(선주의 딸)의 고통이 근본적으로 해결되려면 가해자의 처벌뿐만 아니라 피해 가족의 ‘응어리’가 풀려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그는 선주가 직접 상우의 실체를 깨닫고 복수하는 것이 가장 완벽한 ‘치료’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3. Q3: 최면 장면에서 선주가 본 환영은 진짜인가요?

    A3: 영훈이 유도한 무의식 속의 기억입니다. 상우가 다정한 연인의 가면을 쓰고 있었기에 억눌러왔던 과거의 불길한 전조들과 실제 범행의 파편들이 최면을 통해 시각적으로 발현된 것입니다.

  4. Q4: 결말에서 영훈의 미소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A4: 자신의 ‘치료’ 방식이 성공했음을 확인한 오만한 의사의 만족감과, 앞으로도 법이 해결하지 못하는 비극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계속 처리해 나갈 것임을 암시하는 서늘한 선언입니다.

  5. Q5: 영화 속 11명의 살인 피해자들은 누구인가요?

    A5: 영화 초반 영훈이 보여준 영상 속 인물들로, 아동 학대, 사기, 성범죄 등을 저지르고도 법망을 피해 간 자들입니다. 이들은 선주의 딸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으나 영훈의 ‘살인 리포트’를 채우는 희생양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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