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한국 공포영화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작품이 있습니다. 바로 심덕근 감독이 선보인 ‘귀문’입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공포를 넘어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독특한 설정으로 관객들에게 전례 없는 경험을 선사했습니다.
특히 ‘귀문’은 4DX와 ScreenX 등 특별관 상영을 염두에 두고 제작된 국내 최초의 공포영화로, 기존의 평면적인 공포 체험을 3차원 몰입 경험으로 끌어올렸습니다. 폐쇄된 수련원이라는 밀실 공간과 1990년, 1996년, 2002년을 넘나드는 시간여행이라는 SF적 요소가 결합되어 독특한 장르적 실험을 보여주었죠.
하지만 야심찬 기획만큼 완성도가 뒷받침되었는지는 의견이 갈립니다. 혁신적인 시도와 아쉬운 실행력 사이에서 평가가 엇갈리는 이 작품이 과연 어떤 매력과 한계를 가지고 있는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이 리뷰를 통해 ‘귀문’이 한국 공포영화사에 남긴 의미와 관객들이 놓치기 쉬운 숨겨진 포인트들을 함께 발견해보시기 바랍니다.

기본 정보
- 제목: 귀문 (GUIMOON: The Lightless Door)
- 감독: 심덕근
- 주연: 김강우, 김소혜, 이정형, 홍진기
- 장르: 공포, 미스터리, 스릴러
- 개봉일: 2021년 8월 25일
- 러닝타임: 85분
- 상영등급: 15세 관람가
- 스트리밍: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주요 등장인물
도진(김강우): 심령연구소 소장으로 무당이었던 어머니의 피를 이어받은 인물입니다. 어머니가 귀사리 수련원에서 굿을 하다 자살한 이유를 밝히고 그곳에 갇힌 지박령들을 천도시키기 위해 수련원을 찾습니다. 특수한 능력으로 시공간을 넘나들 수 있지만, 결국 자신도 이미 죽은 상태였다는 충격적인 반전을 맞게 됩니다.
혜영(김소혜): 1996년 귀사리 수련원을 찾은 대학생 3인조 중 유일한 여성입니다. 호기심과 용기를 가진 캐릭터로 묘사되지만, 수련원에 갇히게 되면서 극한의 공포 상황을 겪게 됩니다.
태훈(이정형): 대학생 3인조의 리더 격 인물로, 처음에는 동료들을 보호하려 하지만 악령의 영향으로 점차 변해가며 결국 동료들과 갈등을 빚게 됩니다.
원재(홍진기): 대학생 3인조 중 한 명으로, 겁이 많지만 친구들과 함께 수련원에 들어갑니다. 악령의 농간에 휘말려 비극적인 결말을 맞게 됩니다.
미린(엄채영/송지현): 과거 귀사리 수련원에서 벽 속에 숨겨진 채 죽은 소녀로, 강한 원한을 품고 악령이 되어 수련원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관리인을 조종하여 집단살인을 벌이게 한 사건의 진정한 원인입니다.
예고편
줄거리 (스포일러 주의)
1990년 귀사리 수련원에서 끔찍한 사건이 벌어집니다. 관리인이 갑자기 돌변하여 투숙객들을 연쇄살인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입니다. 이 사건으로 수련원은 폐쇄되었고, 이후 리모델링 공사 중 벽 속에서 어린 소녀의 시신이 발견됩니다. 시신을 발견한 공사 인부와 이곳에서 굿을 하던 무당까지 차례로 자살하면서 수련원은 완전히 버려진 채 방치됩니다.
2002년, 자살한 무당의 아들인 도진이 심령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며 어머니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밝히기 위해 귀사리 수련원을 찾습니다. 도진은 특별한 영적 능력으로 시공간을 넘나들며 과거의 사건들을 조사하려 합니다.
도진이 처음 도착한 곳은 1990년 집단살인이 벌어진 그 날 밤입니다. 그곳에서 그는 관리인을 조종한 진짜 악령의 존재를 발견하게 됩니다. 바로 벽 속에서 발견된 소녀 미린의 원혼이었습니다. 미린은 과거 수련원에서 학대받다 죽은 후 강력한 원한을 품고 악령이 되어 관리인을 조종해 복수를 한 것이었습니다.
도진이 악령과 대치하던 중 시공간이 뒤틀리면서 1996년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그곳에서는 공포 영상을 찍기 위해 수련원에 들어온 대학생 3인조 혜영, 태훈, 원재와 마주치게 됩니다. 처음에는 서로 도우며 탈출을 시도하지만, 미린의 악령이 그들의 마음을 조종하기 시작합니다.
악령의 영향으로 대학생들은 서로를 의심하고 배신하기 시작합니다. 극도의 공포와 스트레스 속에서 그들은 결국 서로를 해치게 되고, 한 명씩 죽어나가게 됩니다. 도진은 이들을 구하려 하지만 역부족입니다.
결국 모든 동료들이 죽고 홀로 남은 도진은 처음 들어왔던 출입구를 통해 탈출하려 시도합니다. 하지만 그는 충격적인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자신이 설치한 ‘귀문’이라는 주술 때문에 죽은 자는 이곳을 벗어날 수 없으며, 자신 역시 이미 죽은 상태였다는 것입니다.
도진은 자신이 언제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른 채 이 저주받은 공간에 영원히 갇혀 무한 루프를 반복하게 됩니다. 영화는 도진이 다시 처음 수련원에 들어오는 장면으로 돌아가며 끝나고, 쿠키 영상에서는 도진의 여동생마저 이 건물로 향하는 모습을 암시하 며 저주의 연속성을 암시합니다.
감상 포인트
밀실 공포의 극대화
귀사리 수련원이라는 폐쇄된 공간은 그 자체로 완벽한 밀실 공포를 연출합니다. 한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다는 ‘귀문’의 설정은 물리적 탈출구를 차단함으로써 심리적 압박감을 극대화시킵니다.

영화는 거의 대부분의 장면을 어둠 속에서 진행시키며, 손전등이나 촛불 같은 제한적인 조명만을 사용합니다. 이러한 시각적 제약은 관객들로 하여금 등장인물들과 같은 불안감과 두려움을 느끼게 만듭니다. 무엇이 어둠 속에 숨어있을지 모른다는 원초적 공포를 자극하는 것입니다.

또한 미로 같은 수련원의 복잡한 구조는 등장인물들이 길을 잃고 헤매게 만들며, 이는 관객들에게도 방향감각 상실과 함께 오는 불안감을 전달합니다. 같은 공간을 맴돌며 출구를 찾지 못하는 답답함은 밀실 공포의 핵심 요소입니다.
시공간 초월이라는 독창적 설정
‘귀문’의 가장 큰 매력은 기존 한국 공포영화에서 보기 드문 시공간 초월 설정입니다. 단순히 과거 회상이나 플래시백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이 실제로 다른 시간대로 이동하여 그 시공간에 존재하는 인물들과 상호작용한다는 점이 독특합니다.

이러한 설정은 일반적인 귀신 출몰 공포와는 차별화된 SF적 요소를 제공합니다. 1990년의 집단살인 현장, 1996년의 대학생들, 2002년의 도진이 동일한 공간에서 서로 다른 시간층을 형성하며 얽혀가는 구조는 복잡하면서도 흥미진진합니다.

특히 도진이 각기 다른 시간대를 넘나들며 사건의 진상을 퍼즐 맞추듯 조각조각 발견해나가는 과정은 미스터리적 재미를 제공합니다. 관객들도 함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진실에 다가가는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4DX 체험형 공포의 새로운 시도
‘귀문’은 국내 최초로 4DX와 ScreenX를 염두에 두고 기획된 공포영화입니다. 이는 단순히 영상을 보는 것을 넘어 몸으로 직접 체험하는 공포를 구현하려는 시도였습니다.

4DX 버전에서는 의자의 움직임, 바람, 물 분사, 향기 등의 효과가 영화의 장면과 동조되어 작동합니다. 등장인물이 계단을 오르내릴 때 의자가 같이 움직이고, 바람이 불 때 실제로 바람을 느낄 수 있으며, 무언가가 튀어나올 때 의자가 갑자기 움직여 놀라게 만듭니다.

이러한 체감형 효과는 기존의 평면적인 공포 체험을 입체적으로 확장시킵니다. 관객들은 더 이상 안전한 관찰자가 아니라 영화 속 상황에 직접 놓인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됩니다. 특히 어둠 속에서 갑자기 무언가가 나타날 때의 충격은 4DX 효과와 결합되어 배가됩니다.
무한 루프라는 철학적 공포
영화의 결말에서 드러나는 무한 루프 구조는 단순한 해피엔딩이나 비극적 결말을 넘어서는 실존적 공포를 다룹니다. 도진이 자신의 죽음도 모른 채 같은 상황을 영원히 반복해야 한다는 설정은 존재론적 불안감을 자극합니다.

이는 그리스 신화의 시시포스나 불교의 윤회 개념과도 연결되는 철학적 깊이를 가집니다. 구원도 해탈도 없이 영원히 같은 고통을 반복해야 한다는 것은 죽음보다도 더 두려운 형벌일 수 있습니다.

특히 도진이 선의로 어머니의 한을 풀고 지박령들을 천도시키려 했지만, 결국 자신마저 그 저주에 갇히게 된다는 아이러니는 운명의 잔혹함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설정은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가 끝난 후에도 오래 여운을 남기게 만듭니다.
비교 및 맥락
‘귀문’은 한국 공포영화의 전통적 요소와 현대적 기법을 융합한 작품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여고괴담’, ‘분신사바’, ‘장화, 홍련’ 등 한국 공포영화의 전성기 작품들이 주로 원혼의 복수라는 전통적 모티프를 다뤘다면, ‘귀문’은 여기에 시공간 초월이라는 SF적 요소를 접목시켰습니다.
특히 ‘곤지암’과 비교해보면 흥미로운 대조를 이룹니다. 둘 다 실제 존재하는 폐건물을 배경으로 하고 파운드 푸티지 기법을 일부 활용했지만, ‘곤지암’이 현재 시점에서의 실시간 공포에 집중했다면 ‘귀문’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복합적 구조를 택했습니다.
심덕근 감독의 이전 작품들을 살펴보면, 그는 단편 ‘나쁜놈들'(2008)과 ‘청춘은 참혹하다'(2009) 등을 통해 독립영화계에서 활동해왔습니다. ‘귀문’은 그의 첫 장편 상업영화로, 독립영화에서 쌓은 실험정신을 상업영화에 접목한 시도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또한 ‘귀문’은 글로벌 동시 개봉을 염두에 두고 제작된 점에서 K-호러의 세계화 전략을 엿볼 수 있습니다. 미국, 캐나다, 유럽, 동남아 등 전 세계 약 2000여 개 관에서 상영된 것은 한국 공포영화의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총평
‘귀문’은 야심찬 기획과 독창적 아이디어로 주목받을 만한 작품이지만, 실행력 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 영화입니다. 시공간 초월이라는 참신한 설정과 4DX 체험형 공포라는 새로운 시도는 분명 혁신적이었지만, 이러한 복잡한 설정을 85분이라는 러닝타임 안에 효과적으로 소화해내지 못한 점이 한계로 작용합니다.
스토리텔링 측면에서는 여러 시간대를 넘나드는 구조가 때로는 혼란스럽게 느껴질 수 있으며, 캐릭터들의 심리적 변화나 관계 발전이 충분히 그려지지 못했습니다. 특히 대학생 3인조가 서로를 배신하고 해치게 되는 과정이 다소 급작스럽게 진행되어 감정적 몰입이 부족했습니다.
하지만 한국 공포영화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큽니다. 전통적인 원혼 복수담에 SF적 요소를 접목한 시도나, 4DX 등 신기술을 적극 활용한 체험형 공포의 구현은 앞으로 한국 공포영화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실험작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별점: ⭐⭐⭐ (5점 만점 중 3점)
추천 관객
- 새로운 형태의 공포 체험을 원하는 관객
- SF적 요소가 결합된 장르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
- 4DX나 ScreenX 등 특별관 상영에 관심이 있는 관객
- 한국 공포영화의 새로운 시도에 관심이 있는 영화 팬
마무리
‘귀문’은 완벽한 작품은 아니지만, 한국 공포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려는 도전정신만큼은 인정받을 만합니다. 기존의 안전한 공식을 벗어나 실험적 요소들을 과감히 도입한 용기는 높이 평가할 수 있습니다.
특히 4DX나 ScreenX 같은 특별관에서 관람할 때 그 진가를 발휘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단순히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체험하는’ 새로운 형태의 엔터테인먼트를 제시했습니다. 비록 스토리나 연출의 완성도는 아쉽지만, 이러한 시도들이 축적되어 더 나은 한국 공포영화들이 나올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한국 영화계에서 ‘귀문’과 같은 실험정신을 가진 작품들이 더 많이 나와, 기술적 혁신과 스토리텔링의 완성도가 조화를 이룬 진정한 걸작들을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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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영화 제작사에 있으며, 출처는 네이버 영화 입니다.
Q1: ‘귀문’은 실제 있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한 영화인가요?
A1: 아니요, ‘귀문’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지 않은 창작 스토리입니다. 귀사리 수련원도 가상의 장소이며, 영화 속 집단살인 사건도 허구입니다. 다만 한국의 전통적인 무속 신앙과 원혼 설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입니다.
Q2: 4DX로 보는 것과 일반 상영으로 보는 것의 차이가 클까요?
A2: 매우 큽니다. ‘귀문’은 4DX 상영을 염두에 두고 제작된 영화로, 의자 움직임, 바람, 진동 등의 효과가 공포감을 크게 증폭시킵니다. 일반 상영으로는 영화의 핵심 매력 중 하나인 ‘체험형 공포’를 온전히 느끼기 어렵습니다.
Q3: 영화가 너무 어둡다는 평이 많은데, 실제로 화면이 잘 안 보이나요?
A3: 네, 맞습니다. ‘귀문’은 의도적으로 극도로 어두운 톤을 유지하여 대부분의 장면에서 세부 사항을 구별하기 어렵습니다. 이는 공포 분위기 조성을 위한 연출 의도이지만, 일부 관객들에게는 시각적 피로나 답답함을 줄 수 있습니다.
Q4: 시간대가 복잡한데, 이해하기 어렵지 않나요?
A4: 1990년, 1996년, 2002년을 넘나드는 구조가 처음에는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각 시간대의 등장인물들과 상황을 구분해서 보면 점차 이해할 수 있습니다. 도진이 시공간을 이동하는 주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보시면 도움이 됩니다.
Q5: 무한 루프 결말이 이해가 잘 안 되는데, 정확히 무슨 의미인가요?
A5: 도진은 이미 죽은 상태에서 자신이 설치한 ‘귀문’ 주술 때문에 수련원을 빠져나갈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계속해서 같은 상황을 반복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구원받을 수 없는 영원한 고통을 의미하며, 선의의 행동도 결국 저주가 될 수 있다는 운명의 아이러니를 표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