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검심 최종장: 더 비기닝’ 리뷰: 슬픔과 구원의 서사, 시대와 운명을 가르는 검의 이야기

오오토모 케이시 감독의 ‘바람의 검심 최종장: 더 비기닝’은 단순한 사무라이 액션 그 이상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일본 근대화의 격랑 속을 살아가는 검객 히무라 켄신의 비극적인 사랑과, 그가 왜 ‘불살(不殺)’의 검객이 되었는지 그 배경을 깊이 있게 드러내는 이 영화는, 시리즈의 대단원을 장식함과 동시에 켄신 캐릭터의 인간적 깊이를 재발견하게 해줍니다.

특히 이번 작품은 전작에서 맛볼 수 없었던 인간 내면의 상처와 용서, 그리고 진정한 구원의 의미를 진중하게 탐구합니다. 팬들에게는 ‘왜 히무라 켄신이 모든 전투에서 죽이지 않기로 맹세했는가?’라는 가장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주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극적인 액션으로 눈을 사로잡는 것을 넘어서, ‘관객의 가슴에 오래 남는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슬프고 아름다운 영상미 속에 켄신과 토모에의 운명적인 만남, 그리고 끝내 이별로 치닫는 비극적 로맨스는, 시대의 비극과 인간의 죄책감이라는 주제를 깊이 있게 건드리며 시청자들에게 진한 여운을 남깁니다.

기본 정보

• 제목: 바람의 검심 최종장: 더 비기닝 (るろうに剣心 最終章 The Beginning)
• 감독: 오오토모 케이시(大友啓史)
• 주연: 사토 타케루, 아리무라 카스미, 타카하시 잇세이, 와타나베 켄
• 장르: 액션, 드라마, 사무라이, 시대극, 멜로
• 개봉일: 2021년 6월 4일 (일본 기준)
• 러닝타임: 137분
• 상영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스트리밍: 넷플릭스

주요 등장인물

히무라 켄신(사토 타케루): 어릴 적 이름은 ‘신타’로, 가족을 잃은 뒤 전설의 검술사 히코 세이쥬로에게 구출되어 비천어검류를 사사받습니다. 세상의 약자를 위해 싸우고 싶다는 이상을 품고 사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세속으로 내려와 혁명에 참여합니다. 막부 말기, 신선조조차 두려워한 전설의 암살자이자 ‘칼잡이 발도재’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나라의 대의와 자신의 양심 사이에서 깊은 고뇌를 안고 있습니다.

유키시로 토모에(아리무라 카스미): 신비롭고 조용한 분위기를 지닌 여성으로, 켄신과 운명적으로 만나 그의 부인이 됩니다. 사실은 켄신에게 살해당한 약혼자 ‘키요사토 아키라’의 연인이자, 켄신에 대한 복수심을 품고 접근했지만, 그와 함께 생활하면서 진심으로 사랑하게 됩니다. 그녀의 희생은 켄신에게 평생의 트라우마와 동시에 새로운 길을 제시하게 됩니다.

카츠라 코고로(타카하시 잇세이/와타나베 켄 목소리): 유신지사의 리더로, 켄신을 암살자로 고용하고 임무를 지시합니다. 켄신의 이상주의를 이용하면서도 그를 인간적으로 걱정하는 복잡한 인물입니다. 켄신의 내면적 고통을 이해하는 인물 중 하나입니다.

유키시로 에니시(아라키 토와): 토모에의 동생으로, 켄신의 과거에 깊은 원한과 상처를 남기게 되는 인물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아직 어린 모습이지만, ‘더 파이널’에서는 주된 적으로 등장합니다.

예고편

줄거리 (스포일러 주의)

‘바람의 검심 최종장: 더 비기닝’은 근대 일본의 시작과 끝이 맞닿은 막부 말기, 암울하고 격변하는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집니다. 신정부 세력(유신지사)과 구 막부 간의 암투가 극한에 달하던 그 시절, 어린 시절 도적떼의 습격으로 가족을 잃고 홀로 남은 소년 신타는 위기의 순간 비천어검류의 달인 히코 세이쥬로에게 구조되어, 그의 제자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됩니다. 새로운 이름 ‘켄신’을 얻고 비천어검류의 기예를 사사받은 그는, 더 이상 약한 자들이 무의미하게 희생당하지 않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스승의 만류를 뿌리치고 혁명의 현장으로 내려옵니다.

켄신은 ‘칼잡이 발도재’라는 이름으로 유신지사를 위해 암살자 역할을 맡아, 정권 교체의 암운 속에서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거둡니다. 유신지사의 리더 카츠라 코고로의 암살 명령을 수행하면서도, 켄신은 자신이 행하는 살인의 의미와 그 대가에 대해 점점 더 깊은 혼란과 괴로움을 안게 됩니다. 혁명이라는 대의명분 속에서도 피로 얼룩진 손을 바라볼 때마다, 그는 스스로에게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불가피한 희생’임을 되뇌이며 마음을 다잡으려 애씁니다.

그러던 중, 어느 장마 내린 밤 켄신은 우연히 위기에 처한 한 여성, 유키시로 토모에를 구하게 됩니다. 과묵하고 깊은 슬픔이 서린 눈빛의 토모에는 이후 켄신 곁에 머물게 되고, 켄신 역시 그녀에게서 처음으로 안식을 느낍니다. 점차 두 사람은 서로의 상처를 알아보며 마음을 열고, 신분을 숨기기 위해 ‘부부’로 위장해 교외의 조용한 마을로 몸을 숨깁니다.
평온해 보이는 나날이 이어지지만, 그 평화에는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

토모에는 사실 켄신이 혁명 과정에서 암살한 옛 약혼자 키요사토 아키라의 연인이었습니다. 그녀는 복수를 위해 켄신의 곁에 접근하고, 유신지사를 돕는 척하며 정보를 빼내 혁명을 노리는 세력과 접촉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토모에는 켄신이 짊어진 고독과 죄의식, 그리고 그 너머에 숨겨진 따뜻함과 진심을 알게 됩니다. 처음에는 복수의 도구로 그를 대했으나, 점차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며 깊은 내적 갈등에 휘말리게 됩니다.

한편, 토모에의 이중 첩자로서의 행적은 점점 위험을 부르고, 혁명과 암살을 둘러싼 더 거대한 음모가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토모에는 켄신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게 된 이가 더 이상 피의 굴레에 묶이지 않도록, 스스로 적들의 계획 한가운데로 들어가 정보를 흘리며 마지막 결단을 내립니다.

격렬한 전투와 혼란 속에서 켄신은 적들의 함정에 빠지고, 혼전 중 자신도 모르게 토모에가 있는 쪽으로 검을 휘두르게 됩니다. 토모에는 켄신을 구하려다 그의 검에 치명상을 입게 되고, 죽음을 직감한 마지막 순간, 남은 힘을 다해 손에 쥔 짧은 단도로 켄신의 뺨을 그어, 이미 있던 상처와 합쳐진 ‘십자(十) 상처’를 완성합니다. 이 마지막 행동에는 켄신에 대한 깊은 사랑과 용서, 그리고 이 비극의 종착점임을 일깨우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습니다.

토모에의 죽음을 목격한 켄신은 평생 씻을 수 없는 죄책감과 깊은 슬픔에 사로잡힙니다. 이 날 이후, 그는 다시는 자신의 칼로 누군가를 죽이지 않겠다고 맹세하며, 평화를 지키기 위해 방랑의 길에 오릅니다.
‘칼잡이 발도재’에서 ‘불살(不殺)의 방랑자’로 거듭난 켄신은, 이제 다신 되돌릴 수 없는 상처와 사랑을 가슴에 품고, 자신만의 사명을 향해 미래로 나아갑니다.

이 영화는 켄신의 내면과 고뇌, 사랑과 이별, 그리고 ‘십자 상처’가 상징하는 죄의식과 앞으로 결코 다시는 사람을 죽이지 않겠다는 불살의 맹세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보여주며, “왜 히무라 켄신이 방랑자이자 불살의 검객이 되었는가”라는 질문에 깊이 있고 감동적으로 답하고 있습니다.

감상 포인트

인간 히무라 켄신의 재발견

‘더 비기닝’은 영웅이나 전설의 검객이 아닌,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의 켄신을 깊이 파헤칩니다. 켄신의 고독, 죄책감, 사랑에 대한 갈망, 그리고 구원받고자 하는 심리가 섬세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사토 타케루의 연기는 미묘한 표정, 떨림, 한숨 하나까지도 극 중 켄신의 내면을 완벽하게 표현합니다.

영화는 켄신이 암살자로서 얼마나 괴로움을 느꼈는지, 그리고 자신이 믿었던 대의를 위해 행한 행동이 어떤 인간적 대가를 치르게 했는지를 보여줍니다. 특히 켄신의 눈빛에서 읽히는 공허함, 그리고 토모에와 함께할 때 비로소 찾아오는 안정감의 대비가 인상적입니다. 이는 사토 타케루의 섬세한 연기력과 오오토모 감독의 인물 중심 연출이 만들어낸 결과물입니다.

시대적 디테일과 영상미

겐지말기, 사쓰마번, 신정부 세력, 신선조, 혼란의 교토 거리, 억압된 분위기 등 일본 근대화의 시대상이 치밀하게 구현되어 있습니다. 조명, 세트, 의상, 소품 하나까지 시대적 리얼리티를 살리는 데 성공하여, 한 편의 서사시를 보는 듯한 몰입감을 줍니다.

특히 비 내리는 날 켄신과 토모에가 처음 만나는 장면, 눈 내리는 정원에서의 대화, 시골 마을의 평화로움 등은 일본 전통 회화의 미학을 영화적으로 재해석한 듯한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촬영감독 타케시 코바야시의 시네마토그래피는 장면마다 한 폭의 그림 같은 구도와 색감으로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풍요롭게 만듭니다.

절제된 액션이 주는 긴장감

전작의 화려한 검술과 달리, 본 작품은 액션을 절제함으로써 오히려 긴장감을 극대화합니다. 켄신의 암살 장면들은 짧지만 강렬하게 표현되어, 그의 비인간적 기술과 내면의 갈등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특히 마지막 눈 내리는 배경에서 벌어지는 결투 장면은 단순한 액션을 넘어선 감정의 폭발로, 켄신의 내적 고통과 사랑하는 이에 대한 죄책감이 검술을 통해 표현됩니다. 이 장면은 무예 영화의 정수를 보여주며, 쓰키노 켄고의 무술 감독이 이끈 정교한 안무가 빛을 발합니다.

희생과 용서, 복수의 아이러니

토모에와 켄신의 관계는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라, ‘복수와 희생’이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토모에는 복수를 위해 켄신에게 다가갔지만, 결국 그를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는 아이러니를 경험합니다. 그녀의 희생은 켄신에게 구원이자 평생의 상처가 됩니다.

이 영화는 “복수는 두 개의 무덤을 파는 것”이라는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루며, 증오와 사랑이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그리고 진정한 용서가 어떻게 가능한지를 보여줍니다. 토모에가 켄신에게 남긴 상처는 물리적인 것을 넘어 그의 영혼에 새겨진 교훈이 되며, 이것이 켄신이 방랑자로 새로운 길을 걷게 하는 계기가 됩니다.

사운드트랙과 감성 연출

영화를 감싸는 음악, 그리고 곳곳에 배치된 삽입곡들은 주인공들의 슬픔과 시대의 비극을 더욱 극적으로 부각시킵니다. 특히 켄신과 토모에의 감정선이 고조되는 순간에 흐르는 선율은 관객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냅니다.

음악감독 사토 나오키의 작업은 일본 전통 음악과 현대적 감성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시대극의 무게감과 보편적 감성을 동시에 전달합니다. 특히 켄신이 토모에를 잃는 장면에서의 음악은 그 자체로 감정의 폭발을 대변하며, 무언의 대사와도 같은 역할을 합니다.

비교 및 맥락

‘바람의 검심 최종장: 더 비기닝’은 기존 ‘바람의 검심‘ 실사 영화 시리즈들과 차별성 있는 결말과 분위기를 가집니다. 앞선 작품들이 현란한 액션과 영웅의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면, 본작은 내면적 고통, 사랑과 죄, 회한이라는 정서적 테마에 집중합니다.

이 시리즈의 감독 오오토모 케이시는 ‘류가미네’ 등 일본 실사 영화계에서 탁월한 영상미와 감정표현력으로 이름난 연출자입니다. 그는 ‘바람의 검심’ 실사화 시리즈의 모든 작품을 연출하며 일관된 비전을 유지했으나, 이번 작품에서는 특히 인간 드라마적 측면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원작 만화와 비교해보면, 실사 영화는 켄신과 토모에의 관계를 좀 더 깊고 복잡하게 그리며, 시대적 배경과 정치적 맥락을 더 구체적으로 제시합니다. 특히 토모에의 캐릭터는 원작보다 더 주체적이고 입체적인 인물로 재해석되어, 켄신과의 관계가 더욱 균형 있게 그려집니다.

동일 장르의 ‘사무라이 X’,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다케시 미이케 감독의 ‘할복’, 쿠로사와 아키라의 ‘7인의 사무라이’와 비교해도, ‘바람의 검심 최종장: 더 비기닝’은 인간 내면의 갈등과 비극적 사랑을 가장 섬세하게 다룹니다.

총평

‘바람의 검심 최종장: 더 비기닝’은 한 시대의 끝과, 새로운 시대의 시작에서, 인간이 짊어진 죄와 구원, 사랑과 이별을 진지하게 탐구하는 작품입니다. 오오토모 감독의 치밀한 연출력과 사토 타케루, 아리무라 카스미 등 배우진의 탁월한 열연, 아름다운 영상과 감미로운 OST가 어우러져 한 편의 서사시 같은 감동을 선사합니다.

액션 영화이면서도, 멜로이자 드라마, 시대극의 정수를 모두 갖춘 이 작품은 단순히 검술 액션을 기대하는 관객은 물론, 인간의 삶과 내면의 고통, 그리고 구원에 집중하는 관객 모두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전작들의 화려함보다 묵직한 여운과 슬픔,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작은 희망을 느낄 수 있는 명작입니다. 특히 켄신과 토모에의 비극적 사랑이 그려내는 인생의 아이러니와, 상처를 통해 성장하는 인간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오래 기억될 것입니다.

마무리

‘바람의 검심 최종장: 더 비기닝’은 단순한 검객의 이야기나 복수극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이 영화는 우리가 살아가며 마주하는 죄책감, 용서받지 못한 사랑, 그리고 어쩔 수 없이 감당해야 하는 운명에 대해 담담하면서도 강렬하게 그려냅니다. 부드러운 영상미와 섬세한 연출 속에 깃든 슬픔, 켄신의 눈동자에 어리는 연민과 후회, 그리고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희망의 메시지는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영화를 통해 우리는 죄의식과 속죄, 상처를 안고도 다시 일어서려는 인간의 용기와 성장을 바라보게 됩니다. 켄신과 토모에, 그리고 그 시대를 살았던 모든 인물들이 남긴 상처와 변화는, 결국 우리 모두의 삶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인생이란 누구에게나 예기치 않은 고통과 아픔, 그리고 오롯이 짊어져야만 하는 무거운 책임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켄신처럼 자신의 아픔을 받아들이고 더 나은 내일을 향해 한 걸음 내딛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입니다.

아직 이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깊은 울림이 있는 사무라이 드라마, 감성 멜로, 또는 인간의 내면을 고요하게 파고드는 드라마를 찾는 분들께 꼭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화려한 액션이나 자극적 전개보다는, 인물의 감정과 인생의 의미를 곱씹고 싶은 분들에게 더욱 큰 감동을 선사할 것입니다.

이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서 태어난 두 사람의 사랑과, 결코 가볍지 않은 그들의 선택, 그리고 끝까지 지키고자 한 희망이 무엇이었는지는 영화를 통해 직접 확인해보시길 바랍니다. 그 여정은 결코 쉽지 않지만, 영화가 끝난 뒤에도 오랫동안 당신의 마음 속에 깊은 여운을 남길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 영화를 보셨나요? 감상이 어떠셨는지 댓글로 남겨주세요!

※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영화 제작사에 있으며, 출처는 imdb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