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수 없는 남자와 죽여야만 하는 소녀. 이 강렬한 설정 하나만으로도 모든 서사가 설명되는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100번째 연출작이자, 사무라 히로아키의 전설적인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무한의 주인: 불멸의 검’입니다. 일본 최고의 스타 기무라 타쿠야가 불멸의 검객 ‘만지’로 분한다는 소식만으로도 개봉 전부터 수많은 영화 팬과 원작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작품입니다. 영화는 피와 살이 튀는 잔혹한 액션의 미학과 삶과 죽음, 복수라는 묵직한 주제를 던지며 관객을 140분간의 혈투 속으로 초대합니다.
미이케 다카시 감독은 특유의 B급 감성과 극한의 폭력 미학으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한 거장입니다. 그는 ‘오디션’, ’13인의 자객’, ‘크로우즈 제로’ 등 수많은 작품을 통해 평단과 대중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런 그가 자신의 100번째 영화로 ‘무한의 주인’을 선택했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원작 만화 자체가 기상천외한 무기와 신체 절단이 난무하는 잔혹한 묘사로 유명하기에, 그의 연출 스타일과 완벽한 궁합을 자랑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30권에 달하는 방대한 원작의 서사를 단 한 편의 영화에 압축하는 것은 명백한 도전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무한의 주인: 불멸의 검’은 해외 평단의 극찬과 별개로, 원작 팬들과 일부 관객들에게는 아쉬움을 남기며 극명한 호불호가 갈리는 작품으로 남았습니다. 영화의 전개는 원작의 복잡한 인간관계와 심리 묘사를 상당 부분 덜어내고, 오직 만지와 린의 복수 여정이라는 직선적인 목표에만 집중합니다. 이로 인해 일부 캐릭터는 등장의 목적을 다하지 못한 채 소모적으로 그려지기도 합니다.
과연 이 영화는 미이케 다카시의 광기가 빚어낸 걸작일까요, 아니면 방대한 원작의 무게에 짓눌린 아쉬운 실사화일까요? 이 리뷰를 통해 불멸의 저주에 걸린 검객 만지의 칼날이 향하는 곳을 함께 따라가 보겠습니다.

기본 정보
- 제목: 무한의 주인: 불멸의 검 (無限の住人, Blade of the Immortal)
- 감독: 미이케 다카시
- 주연: 기무라 타쿠야, 스기사키 하나, 후쿠시 소타, 토다 에리카
- 장르: 액션, 드라마, 시대극, 찬바라
- 개봉일: 2017년 4월 29일(일본), 2017년 11월 3일(미국)
- 러닝타임: 141분
- 상영등급: 청소년관람불가
- 스트리밍: 넷플릭스
주요 등장인물
만지 (기무라 타쿠야): 한때 ‘백인살인마’로 불리던 전설적인 사무라이입니다. 부패한 상관을 처단하는 과정에서 여동생의 남편을 베게 되고, 이 충격으로 정신을 놓아버린 여동생 ‘마치’를 데리고 도망자 신세가 됩니다. 하지만 현상금 사냥꾼들에 의해 마치가 눈앞에서 살해당하고, 자신 역시 100대 1의 싸움 끝에 죽음의 문턱에 섭니다. 그때 나타난 800년을 살았다는 의문의 노파 ‘야오비쿠니’가 그의 몸에 신비한 벌레 ‘혈선충(血仙蟲)’을 심어 불사의 저주를 내립니다. 이후 50년간, 만지는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몸으로 무의미한 삶을 연명합니다. 그는 삶의 의미를 잃고 지쳐있지만, 죽은 여동생을 닮은 소녀 ‘린’을 만나면서 그녀의 복수를 돕는 것을 새로운 삶의 목표로 삼게 됩니다.
아사노 린 (스기사키 하나): 검술 도장 ‘무천일류’ 수장의 딸입니다. 평화롭던 어느 날, 신흥 검객 집단 ‘일도류’가 도장을 습격하여 아버지와 문하생들을 모두 살해하고 어머니마저 납치해 잔인하게 죽입니다.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은 린은 복수를 맹세하지만, 자신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임을 깨닫습니다. 야오비쿠니의 조언에 따라 불사의 검객 만지를 찾아가 자신의 호위무사가 되어달라고 간청합니다. 처음에는 연약하고 울기만 하는 소녀처럼 보이지만, 만지와 여정을 함께하며 점차 내면의 강인함을 찾아가는 인물입니다.
아노츠 카게히사 (후쿠시 소타): 신흥 검객 집단 ‘일도류(逸刀流)’의 수장입니다. 기존의 유파와 전통을 무시하고 오직 ‘승리’만을 추구하는 검술을 내세워 일본 전역의 도장을 깨며 세력을 확장하는 야심가입니다. 아름다운 외모 뒤에 냉혹하고 무자비한 카리스마를 감추고 있으며, 린의 부모를 죽인 원수이자 만지와 린이 쓰러뜨려야 할 최종 목표입니다. 그의 목표는 단순히 살육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방식으로 검의 시대를 통일하려는 거대한 야망에 있습니다.
오토노타치바나 마키에 (토다 에리카): 아노츠의 충실한 부하이자 일도류 내에서도 손꼽히는 실력의 여성 검객입니다. 삼절곤과 나기나타를 합친 듯한 독특한 무기를 사용하며, 만지를 궁지로 몰아넣을 만큼 강력한 전투력을 지녔습니다. 하지만 만지와의 싸움 이후 자신의 신념에 대해 회의를 느끼고 일도류를 떠나게 됩니다. 그러나 아노츠가 위기에 처하자 다시 나타나 그를 돕는 복합적인 인물입니다.
마가츠 타이토 (미츠시마 신노스케): 일도류 소속의 검객으로, 린의 부모를 죽이는 데 가담했던 인물 중 한 명입니다. 영화에서는 원작과 달리 그의 복잡한 배경이나 내면 묘사가 거의 생략되었습니다. 린의 복수 여정 초반에 만지와 대결하고 패배하며, 이 과정에서 만지가 불사신이라는 사실을 일도류에 알리는 역할을 합니다. 영화에서는 그가 린에게 연민을 느끼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단순히 만지의 앞을 가로막는 강적 중 한 명으로 기능합니다.
예고편
줄거리 (스포일러 주의)
영화는 흑백 화면 속에서 시작됩니다. 쇼군 직속 무사였던 만지는 부패한 상관을 처단하고 도망자가 됩니다. 정신이 온전치 못한 여동생 마치를 돌보던 그는 현상금을 노린 추격자들에게 포위당하고, 이 과정에서 마치가 비참하게 살해당합니다. 분노에 휩싸인 만지는 혼자서 100여 명의 적을 베어버리지만, 자신도 치명상을 입고 쓰러집니다. 죽음을 앞둔 그에게 의문의 노파 야오비쿠니가 나타나 몸속에 ‘혈선충’을 심어 불멸의 존재로 만듭니다.
시간이 흘러 50년 후, 컬러 화면으로 전환된 세상에서 만지는 불사의 삶에 염증을 느끼며 은둔하고 있습니다. 그때, 검객 집단 ‘일도류’에게 부모를 잃은 소녀 아사노 린이 그를 찾아옵니다. 린은 자신의 호위가 되어 복수를 도와달라고 간청하고, 만지는 죽은 여동생과 꼭 닮은 린의 모습에서 외면하지 못하고 그녀의 의뢰를 받아들입니다.
두 사람의 복수 여정이 시작되고, 일도류의 강력한 검객들이 차례로 그들의 앞을 가로막습니다. 린에게 변태적인 집착을 보이는 쿠로이 사바토, 강력한 실력의 마가츠 타이토, 그리고 만지와 같은 불사신 시즈마 에이쿠까지. 만지는 자신의 몸이 베이고 잘려도 다시 재생되는 불사의 능력을 이용해 힘겹게 적들을 하나씩 쓰러뜨려 나갑니다. 이 과정에서 만지는 단순히 죽지 않는 몸에 의지해 싸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린을 지키려는 그의 의지는 점점 더 강해집니다.
한편, 일도류의 수장 아노츠 카게히사는 막부(정부)로부터 공식적인 지원을 약속받지만, 이는 그를 제거하려는 함정이었습니다. 막부는 아노츠를 제외한 일도류의 주요 단원들을 독살하거나 암살하여 미리 제거해 둔 상태였습니다. 약속 장소인 다카오산에 도착한 아노츠는 자신을 환영하는 대신 수백 명의 막부 군대가 포위하고 있음을 깨닫고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집니다. 때마침 아노츠를 쫓아온 린 역시 이 전투에 휘말리게 되고, 만지가 나타나 그녀를 구하기 위해 싸움에 뛰어듭니다.
아노츠는 홀로 막부 군대를 상대로 고군분투하고, 만지는 린을 지키기 위해 적아의 구분 없이 닥치는 대로 베어 넘깁니다. 수적 열세로 아노츠가 위기에 처한 순간, 그를 떠났던 여성 검객 마키에가 나타나 그를 돕습니다. 마키에의 합류로 전세는 잠시 교착 상태에 빠지지만, 막부는 조총 부대를 동원합니다. 마키에는 아노츠를 향해 발사된 총탄을 몸으로 막아내고 장렬한 최후를 맞이합니다.
모든 혼란 속에서 현상금 사냥꾼 시라가 린을 납치하자, 만지는 잠시 전장을 이탈해 시라를 추격하여 그를 처치하고 린을 구해냅니다. 그 사이, 막부의 수장 하바키를 쓰러뜨린 아노츠는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만지와 마주합니다. 두 사람은 복수와 신념을 건 최후의 대결을 펼치고, 결국 불사의 몸을 가진 만지가 아노츠를 제압합니다. 만지는 아노츠의 목을 베는 대신, 린에게 직접 복수를 끝낼 기회를 줍니다. 린이 망설이는 사이, 아노츠는 마지막 힘을 다해 린을 공격하고, 만지는 자신의 몸으로 그 칼을 막아냅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린은 아노츠의 심장에 칼을 꽂아 넣어 길고 긴 복수극의 막을 내립니다. 모든 것이 끝난 후, 치명상을 입은 만지는 의식을 잃고 쓰러지지만, 린이 눈물로 그를 부르자 다시 눈을 뜨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감상 포인트
미이케 다카시, 100번째 영화에 새긴 광기의 미학
이 영화는 감독 미이케 다카시의 인장이 선명하게 찍힌 작품입니다. 그는 사무라이 활극, 즉 ‘찬바라’ 장르에 자신만의 색깔을 가감 없이 쏟아부었습니다.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흑백 시퀀스는 고전 사무라이 영화에 대한 오마주인 동시에, 만지가 겪는 비극의 무게감과 처절함을 극대화하는 탁월한 연출입니다. 피가 튀고 사지가 절단되는 장면들은 사실적이고 잔혹하지만, 역설적으로 비현실적인 쾌감을 선사합니다. 이는 미이케 다카시 감독이 ’13인의 자객’에서 보여주었던 집단 전투 씬의 연장선에 있으며, 그의 장기가 유감없이 발휘된 부분입니다. B급 영화의 정서와 상업 영화의 스케일을 오가는 그의 연출은 관객에게 독특한 영화적 체험을 제공합니다.

30권 원작의 압축, 양날의 검이 된 서사
‘무한의 주인: 불멸의 검’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은 원작의 압축에 있습니다. 30권 분량의 대서사를 140분 안에 담아내기 위한 선택과 집중은 필연적이었습니다. 그 결과, 영화는 만지와 린의 복수 여정이라는 중심 줄기를 명확하게 따라가며 속도감 있는 전개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원작의 깊이와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서사가 상당 부분 희생되었습니다. 만지가 “악인 1000명을 베겠다”고 맹세하는 원작의 중요한 동기가 생략되었고, 마가츠 타이토나 쿠로이 사바토, 시라 등 개성 강한 악역들은 너무나 허무하게 소비되어 버립니다. 이로 인해 이야기는 다소 평면적으로 변했고, 캐릭터들의 감정선에 깊이 공감하기 어려운 결과를 낳았습니다. 원작 팬들에게는 아쉬움이, 원작을 모르는 관객에게는 불친절함으로 다가올 수 있는 양날의 검입니다.

호쾌함과 허무함 사이, 논란의 액션 시퀀스
이 영화의 정체성은 단연 액션에 있습니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칼부림은 장르적 쾌감을 극대화합니다. 특히 기상천외한 형태의 무기들이 격돌하는 장면들은 원작의 독창성을 잘 살렸습니다. 그러나 액션의 연출 방식 자체는 호불호가 갈립니다. 주인공 만지는 뛰어난 검술 실력보다는 ‘죽지 않는 몸’이라는 설정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팔이 잘리면 다시 붙이고, 심장이 찔려도 다시 살아나 적의 허를 찌르는 방식이 반복되면서 전투의 긴장감이 다소 떨어집니다. 이는 불사의 고뇌를 표현하는 장치일 수 있으나, 관객에 따라서는 주인공의 활약이 통쾌하기보다 처절하고, 때로는 무모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화려한 검기나 합을 기대한 관객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는 부분입니다.

원작을 찢고 나온 비주얼, 아쉬움 남는 캐릭터 해석
캐릭터 비주얼만큼은 대부분의 관객이 호평하는 지점입니다. 특히 기무라 타쿠야는 애꾸눈과 얼굴의 흉터, 무심한 듯 고독이 묻어나는 표정으로 원작의 만지 캐릭터를 스크린에 완벽하게 구현해냈습니다. 스기사키 하나 역시 비극을 겪은 소녀 린의 모습을 인상적으로 연기했습니다. 하지만 캐릭터 해석 면에서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기무라 타쿠야의 연기는 그의 기존 스타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으며, 스기사키 하나의 린은 원작의 강단 있는 모습보다는 연약하고 수동적인 민폐 캐릭터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이는 압축된 서사 속에서 캐릭터의 입체적인 성장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 한계 때문으로 보입니다.

비교 및 맥락
‘무한의 주인: 불멸의 검’은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필모그래피 안에서 ’13인의 자객’과 ‘이조’의 연장선에 놓인 작품으로 볼 수 있습니다. ’13인의 자객’이 정통 사무라이 활극의 비장미와 스케일을 보여주었다면, ‘무한의 주인’은 여기에 초자연적인 판타지 설정을 더해 감독 특유의 기괴한 상상력을 펼쳐 보입니다. 또한, 시공간을 초월해 끝없는 살육을 반복하는 ‘이조’의 주인공처럼, 불멸의 삶 속에서 영원한 싸움을 이어가는 만지의 모습은 폭력의 굴레와 실존적 고뇌라는 감독의 일관된 주제 의식을 보여줍니다.
또한 이 영화는 ‘바람의 검심‘, ‘블리치’ 등 수많은 일본 만화 원작 실사 영화의 계보를 잇습니다. 만화 실사화는 ‘원작 훼손’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장르지만, ‘무한의 주인’은 해외 평단으로부터 로튼 토마토 87%라는 이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는 서구 관객들이 일본의 역사적, 문화적 맥락이나 원작과의 비교보다는 미이케 다카시의 독창적인 스타일과 ‘사무라이’라는 장르 자체의 매력에 더 집중했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반면, 한국이나 일본 내에서는 압축된 서사와 캐릭터 해석에 대한 아쉬움으로 평가가 갈리는 현상을 보입니다.
총평
‘무한의 주인: 불멸의 검’은 잘 차려진 정찬보다는 강렬한 맛의 패스트푸드에 가까운 영화입니다. 깊이 있는 서사와 인물 간의 섬세한 심리묘사를 기대한다면 실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미이케 다카시 감독 특유의 스타일리시한 폭력 미학과 쉴 틈 없이 펼쳐지는 잔혹하고 호쾌한 액션을 즐기는 관객이라면 140분의 러닝타임이 결코 지루하지 않을 것입니다.
영화는 원작의 방대한 세계를 스크린에 옮기는 데 있어 명백한 한계를 드러내지만, 동시에 실사화가 보여줄 수 있는 시각적 쾌감을 극대화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기무라 타쿠야라는 스타 배우의 존재감과 감독의 뚝심 있는 연출이 만나, 호불호는 갈릴지언정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자신만의 색깔을 지닌 오락 영화로 탄생했습니다.
별점: ⭐⭐½ (5점 만점 중 2.5점)
추천 관객
-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과격하고 스타일리시한 연출을 좋아하는 팬.
- 피가 튀고 사지가 절단되는 하드코어한 ‘찬바라’ 액션 영화를 즐기는 관객.
- 깊이 있는 스토리보다는 시각적인 쾌감과 장르적 재미를 우선시하는 관객.
- 원작 만화의 팬이라면, 기대치를 조금 낮추고 캐릭터 비주얼과 액션에 집중해 감상할 것을 추천.
마무리
‘무한의 주인: 불멸의 검’은 결국 선택과 집중의 결과물입니다. 감독은 30권 분량의 서사를 따라가는 대신, ‘죽지 않는 남자와 복수심에 불타는 소녀’라는 가장 핵심적인 설정에 집중해 자신만의 스타일로 밀어붙였습니다. 그 결과, 영화는 서사의 깊이를 잃은 대신 장르적 쾌감이라는 확실한 무기를 얻었습니다.
영화 속에서 만지는 불사의 몸 때문에 고통받지만, 역설적으로 그 불멸성 때문에 린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이 영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원작의 무게 때문에 서사는 상처를 입었지만, 그 덕분에 미이케 다카시라는 감독의 개성은 더욱 선명하게 빛날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이 영화는 완벽한 재현이 아닌, 감독의 시선으로 재해석된 하나의 거대한 ‘스핀오프’로 보는 것이 더 올바른 감상법일지도 모릅니다.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합니다. 복수의 끝은 허무하지만, 그 과정에서 지켜야 할 사람이 생겼을 때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것. 만지와 린의 관계를 통해 영화는 피와 살점이 난무하는 잔혹한 세계 속에서도 희미한 인간애의 불씨를 보여주고자 합니다.
결국 ‘무한의 주인: 불멸의 검’은 모든 관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누군가에게는 최고의 사무라이 액션 영화로, 다른 누군가에게는 아쉬움 가득한 실사화로 기억될 것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영화가 보여주는 강렬한 에너지와 시각적 충격은 쉽게 잊히지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당신의 취향이 이 영화의 ‘호(好)’에 가깝다면, 넷플릭스에서 기무라 타쿠야가 펼치는 영원한 혈투를 직접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은 이 영화를 보셨나요? 감상이 어떠셨는지 댓글로 남겨주세요!
※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영화 제작사에 있으며, 출처는 네이버 영화 입니다.
Q1: 원작 만화와 영화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A1: 가장 큰 차이점은 서사의 압축입니다. 30권에 달하는 원작의 방대한 스토리를 140분으로 줄이면서 많은 캐릭터와 서브 플롯이 삭제되거나 대폭 축소되었습니다. 특히 주인공 만지가 ‘악인 1000명을 베겠다’고 다짐하는 핵심 동기가 영화에서는 언급되지 않아 캐릭터의 깊이가 얕아졌습니다. 또한, 아사노 린 캐릭터가 원작보다 훨씬 수동적이고 연약하게 그려진 점도 주요 차이점입니다.
Q2: 기무라 타쿠야의 연기는 어땠나요?
A2: 비주얼적으로는 원작의 ‘만지’와 놀라운 싱크로율을 보여주며 호평을 받았습니다. 애꾸눈 분장과 고독한 분위기는 캐릭터에 잘 녹아들었습니다. 다만 연기 스타일 면에서는 ‘언제나의 기무라 타쿠야 연기’라는 비판도 존재합니다. 이는 배우의 개성이 강한 탓도 있지만, 압축된 서사 속에서 캐릭터의 복합적인 내면을 충분히 표현할 기회가 부족했던 점도 원인으로 보입니다.
Q3: 영화의 해외 평가는 왜 국내보다 훨씬 좋은가요?
A3: 이 영화는 로튼 토마토 신선도 87%, 메타크리틱 72점 등 해외 평단으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이는 서구권 평론가나 관객들이 원작과의 비교나 일본 내 문화적 맥락보다는, 미이케 다카시 감독 특유의 스타일리시한 폭력 미학과 ‘사무라이 액션’이라는 장르 자체의 매력에 더 집중했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반면, 원작을 잘 아는 한국이나 일본 관객들에게는 스토리의 생략이나 캐릭터 해석의 차이가 더 아쉽게 다가와 평가가 갈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Q4: 혈선충(血仙蟲)이란 정확히 무엇인가요?
A4: 혈선충은 야오비쿠니라는 신비한 노파가 만지의 몸에 심은 기생충입니다. 이 벌레는 숙주의 몸속에서 살며, 어떤 상처를 입어도 빠르게 세포를 재생시켜 숙주를 불사의 존재로 만듭니다. 팔다리가 잘려나가도 다시 붙일 수 있을 정도의 강력한 회복 능력을 부여하지만, 영원히 죽을 수 없다는 저주이기도 합니다.
Q5: 미이케 다카시 감독은 어떤 스타일의 감독인가요?
A5: 미이케 다카시는 일본에서 가장 다작하고 논쟁적인 감독 중 한 명입니다. 극한의 폭력 묘사(고어), 기괴한 상상력, B급 영화의 정서, 블랙 코미디 등을 특징으로 하며 장르를 넘나드는 작품 활동을 합니다. 대표작으로는 컬트적인 인기를 끈 ‘오디션’, 상업적으로 성공한 ‘착신아리’, 그리고 사무라이 장르를 재해석한 ’13인의 자객’ 등이 있습니다. 그의 영화는 종종 관객을 불편하게 만들지만, 그만큼 강렬한 영화적 체험을 선사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